국회의원 400명 뽑자, 단 '특권' 없애고

정치개혁, 의원 숫자가 아니라 선거제도가 문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꼽히는 나라는 덴마크다. 덴마크는 유엔 세계행복지수 조사에서 연거푸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덴마크의 행복을 만든 비결은 덴마크의 정치이다. 그리고 그 정치를 만든 것은 덴마크의 선거제도이다. 

덴마크의 선거제도는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이다(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덴마크는 국회의원이 많다. 덴마크 인구가 560만 명 정도인데, 국회의원 숫자는 179명이다.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 숫자는 3만 1천 명 정도이다. 

인구 5천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이고,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 숫자가 17만 2천명이 넘는 것과 비교해 보라. 인구대비로 보면, 덴마크는 국회의원 숫자가 대한민국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이다. 

덴마크는 국회의원 숫자가 많지만 국회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의 국회의원은 특권이 없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받는 월급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보다 적고 개인보좌진도 없다. 공동보좌진만 존재한다. 이런 덴마크에서 국회의원을 한다면, 그 이유는 국회의원이 하는 일에서 느끼는 보람 때문일 수밖에 없다. 


특권은 줄이고, 의석은 늘리고

지금 얘기한 것이 덴마크의 행복비결이다. 표심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와 일에 집중하는 국회가 덴마크의 행복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적정한 숫자의 국회의원을 둘 필요가 있다. 

덴마크 외에도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 우리가 부러워하는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국가들은 인구 규모에 비해 국회의원 숫자가 우리보다 훨씬 많다. 

인구가 8000만 명을 조금 넘는 독일의 경우에도 국회의원 숫자가 630명이다.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 숫자는 12만8천 명 수준이다. 만약 대한민국 국회의원 숫자를 독일 수준으로 맞춘다면, 400명까지 숫자는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정치개혁인 것처럼 얘기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러나 덴마크나 독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오히려 적정한 숫자의 국회의원이 있어야 국회가 다양한 계급·계층과 세대, 성을 대표할 수 있고, 국회에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국회의 꼴 보기 싫은 행태를 보면,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숫자가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이 보기 싫은 것은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과도한 특권이다. 그래서 국회개혁의 핵심은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특권을 없애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특권이 없어야, 국회의원들이 평범한 시민들의 입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특권이 많으면,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을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시민들의 삶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특권국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특권은 없애고 의석은 늘리는' 것이 진정한 정치개혁의 방향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2월에 공식 의견으로 제안한 것이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해야, 정당이 정책 중심의 정치를 하게 된다. 이렇게 선거제도가 바뀌면, 지금처럼 '지역구 관리'에나 전념하는 국회의원들은 정당 스스로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정당이 정당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의 공천개혁도 병행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당원들이 비밀투표로 뽑은 후보자가 아니면 선관위가 후보등록을 거부하도록 선거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바른 정당'은 이런 정치개혁 방향과는 전혀 반대되는 당론을 정했다. 지난 2월 22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200석으로 줄이고, 지역구 180석/비례대표 20석으로 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개혁'과는 무관한 '개악'에 불과하다. 국회의석을 줄이겠다고 하면 여론이 지지할 것 같은가? 국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선거제도개혁, 국회개혁이 필요하다

촛불민심이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정치개혁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민심을 공정하게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고, 국회의 특권을 폐지하며, 정당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에 부응할 생각은 하지 않고, 반(反)정치 정서를 부추겨보겠다는 것은 전혀 바르지 않은 태도이다. 더구나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7석에서 20석으로 줄이겠다는 것은 가뜩이나 유명무실한 비례대표제를 더욱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려면 지역구 의석 대 비례대표 의석비율을 2:1로 맞추라고 권고했는데, 바른정당은 이것을 9:1로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바른정당은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선전 개헌을 추진한다는 당론을 정했다.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석한 의원 27명 중에서 20명은 찬성이었지만, 바른정당의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만18세 선거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바른정당은 애초에는 만18세에 찬성한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만이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 정당개혁에 대해 반대하거나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이런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국회의석을 늘리자고 하면,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다. 그만큼 지금 국회의원들이 보이는 행태가 보기 싫은 것이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제 역할을 못하는 국회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그 어떤 개혁입법도 불가능하다. 작년 12월 탄핵소추 결의 이후에 통과된 개혁입법이 전무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회를 개혁하려면 특권을 없애고 의석은 늘려야 한다. 특권 폐지의 길은 이미 나와 있다. 국회 예산에 포함된 80억여 원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고, 국회의 예산사용을 영수증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영수증도 없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그나마 증빙자료를 붙이게 되어 있는 예산항목에 대해서도 증빙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 국회의 행태이다. 이런 행태를 뜯어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이 받는 급여와 보좌진 숫자도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런 개혁들을 시민들이 국회에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정수는 20% 정도 늘려 현행 300석에서 360석 정도로 늘려야 한다. 특권을 폐지하면, 지금 국회예산으로도 360명의 국회의원을 두는 것이 가능하다. 덴마크의 행복, 스웨덴의 복지가 부럽다면 이렇게 바꿔야 한다.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01729&srscd=0000011591&srs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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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하지마' 선거법... 유권자 수난시대
18세 선거권은 민주주의 꽃 피우는 일 
먼저, 몇 가지 선거법 위반 사례를 살펴보자. 
#1.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활동가. 더불어민주당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자 총선 전, 지역당사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앞장서는 더민당 규탄한다!" 현수막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벌금 80만원 선고.
#2. 
10여년 간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을 요구해온 활동가. 무상급식이 선거에서 큰 쟁점으로 부각되었고 후보들의 찬반 의견도 분명해졌다. 무상급식 정책 캠페인 차원에서 찬반 후보 사진에 스티커 붙이기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벌금 200만원 선고. 
#3. 
청년활동가는 청년일자리 특혜,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후보의 공천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채용비리 인사가 공천되어서는 안 됩니다"는 내용의 최경환 후보 공천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됨. 지난 1월,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선고. 
#4. 
공천 파동과 관련하여, 유승민 후보를 내시로 합성하고 '자기 땜에 공천에서 탈락한 졸개들에게 사죄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트윗 게시한 시민. 유승민 후보를 '비방'했다고 하여 트윗 삭제됨. 
#5.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는 선거 당일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라는 시민기자의 칼럼을 올렸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 진행 중.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선거법이란 참, 낯설고 먼 존재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주어진 투표 한 장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서 한 발만 더 나아가려 한다면, 이내 선거법은 두려운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선거 때마다 계속 갱신된다. 악의적인 왜곡이나 돈과 조직으로 선거결과를 좌지우지 하려는 것도 아니다.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 정보를 나누고, 정책을 비교평가 하고, 투표합시다! 권유한 것인데 '위법, 불법행위'가 되었다. 더 나은 정치를 꿈꾸는 유권자들의 참여가 왜 불법이 되어야 할까.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이것은 '죽은 꽃'이나 다름없다. 
지난 해 10월부터 우리는 매주, 광장에 분출되는 다양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권자로서 외치는 구호,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 재기발랄한 깃발과 손피켓 등은 광장을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인용 결정을 하는 순간, 다채로운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던 민주주의의 공간은 규제와 단속의 닫힌 공간, 선관위 등 단속기관의 막강한 권한만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선거법 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와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03조(각종 집회 등의 제한) 등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선거 6개월 전부터, 또는 탄핵과 같이 보궐선거의 사유가 확정되는 때부터 각종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이나 피켓, 대선 후보를 언급하는 시민 발언,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 조사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여 크게 제한될 것이다. 
언론, 출판, 결사, 집회의 자유 등 헌법이 열거하고 있는 기본권을 고스란히 체감한 시민들이 과연 '온통 하지마' 선거법을 납득할 수 있을까? 대선을 치르기 전, 선거법을 바꾸지 않으면 구시대적 낡은 선거법과 성숙한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 분명하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수난사례'는 쌓여가지만 국회와 정치권은 유권자의 정치 참여 방안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 규제중심의 선거법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선관위 가이드라인으로 2006년부터 인터넷과 트위터 단속사례가 쏟아져도 국회는 유권자의 참여를 '근거없는 비방'과 '유언비어'로 예단하며 소극적이었다. 
결국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한 것은 국회가 아니라 2011년 12월, 선거법 93조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이었다. 5년 여 시간이 지난 지금, 20대 국회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시대적 흐름인 '18세 투표권'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유권자 정치참여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18세 국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참정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는 차원에서 즉각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조용히 있다가 투표일에 나와서 표나 좀 찍어!'하는 선거법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유감스럽게도 18세 국민들 역시 그저 조용히 구경꾼 역할만 하다가 투표장에 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이 국회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하여 1차 취합된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59명 의원 중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 1명을 제외한 58명의 국회의원이 18세 투표권 보장과 유권자의 정치참여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미 20대 국회에는 유권자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유승희 의원, 윤소하 의원, 박주민 의원 등 발의로 계류 중이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축제다운 선거를 위해 선거법 독소조항부터 바꾸자. 유권자가 말할 수 없는 선거는 축제가 아니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00655&srscd=0000011591&srs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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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군인은 될 수 있어도 투표는 못 한다?
18세 선거권, OCED 중 한국만 없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12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헬조선'이 아닌 행복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바꿔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정치판이 바뀌고, 그래야만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정의당 이영봉 부산시당 청년위원장과 권혁준 울산시당 청년위원장, 이승우 경남도당청년학생위원장은 1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만18세 선거권 연령 인하'를 촉구했다. ⓒ 윤성효


2월에 많은 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치러졌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쥔 졸업생들은 현재 대부분 만18세이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본다면, 고등학교도 졸업했으니 선거권도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지금과 같은 공직선거법에서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선거일까지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18세 시민들은 선거권이 없게 된다. 그 숫자는 약 63만명에 달한다. 물론 그 중에 일부는 고3 연령에 해당하지만, 다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일 것이다.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기로 된 것 아냐?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만18세 선거권은 통과될 것같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선거연령을 만18살로 낮추되 적용시기를 2020년 총선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이런 합의가 나온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3야당은 즉각 도입에 찬성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른정당이 2020년 총선부터 선거권 부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청소년들은 안타깝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아니 우리나라 국회의 정치적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사실 18세 선거권 문제는 논쟁이나 논란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나 상식적인 사안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세계 239개국 중 87%인 208개국에서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17세에게 부여한 나라도 북한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4개국이고, 16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나라도 8개국에 달한다. 조사대상 국가의 92%가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기구)35개 국가 중 만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한민국 스스로 정치후진국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뿐인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오래 전부터 18세 선거권 부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년 1월 세계적으로 선거권 연령을 하향하는 추세이고, 병역법, 국가공무원법 등 타 법률의 연령규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선거권 연령을 현행보다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 선거를 총괄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작년 8월 선거연령을 만18세로 하향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만18세 선거권 하향시점을 2020년 총선으로 연기하는 것은 이런 국가기관들의 의견에도 반하는 것이다. 

일부 정당과 정치권에서는 만18세 선거권 부여 반대이유로 '미성숙하다'는 것과 '학교 현장이 정치화된다' 주장을 펴고 있다. 과연 이런 주장이 타당하고 합리적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만18세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고3연령에 있는 시민들이다. 이미 많은 현행 법률조항들이 만18세에게 병역의 의무와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자격,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성숙한 18세'에게 전쟁위협이 상시화되어 있는 분단된 나라의 국방을 지키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미성숙한 18세'에게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책임지게 하는 일은 타당한가? '미성숙한 18세'에게 국민의 안전과 복리증진을 위한 공무수행을 맡기는 것이 타당한가?. 나라를 지키고, 공무를 수행하고 결혼을 하는 모든 행위는 가능한데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뽑는 투표 행위는 안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누구보다 정보 접근과 이해도가 빠른 세대를 미성숙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만 18세가 미성숙하다'는 주장은 이 연령대의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자 명예훼손이다. 


▲ 한 청소년이 지난해 11월 '고등학교 3학년 연합'의 집회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박장식


학교현장이 정치화된다는 주장 또한 인정하기 어렵다. 만18세 이하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세계 92% 나라에서 투표 문제로 학교가 정치화되고 황폐해졌다는 근거나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치의식과 민주주의 의식을 함양해 정치의 선진화와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들을 봐도 그렇다. 오바마, 클린턴과 같은 미국 대통령이나 블레어나 캐머런 같은 영국 총리 등은 대부분 중·고등학교부터 정당에 참여하고 정치활동을 통해 성장했고, 40대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과 수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 유럽의 경우 20-30대에도 장관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뛰어난 정치감각과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청소년 시기부터 오랜 기간 시민정치교육과 정치·정당활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성장한 결과이다. 

지금 일부 정당과 정치인들이 유독 18세 투표권 부여에 반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대선과 총선 등에서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때문이다. 이는 당리당략만 따지는 구태의연한 낡은 정치다. 

만 18세 선거권은 촛불민심의 반영이고, 모든 개혁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만18세 선거권은 단순히 투표연령을 낮추는 문제인 것만이 아니라, 낡은 정치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를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부터 반드시 만18세 선거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들의 분노어린 민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류홍번 (YMCA 정책기획실장)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00191&srscd=0000011591&srs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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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정권교체와 개혁’ 그들에게만 맡길 순 없다


2012년 12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천막들이 들어서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 용산참사 진상규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원전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이 친 천막들이었다. 이 천막들을 친 사람들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밀려나고 쫓겨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천막농성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천막 안에서도 대선에 대한 얘기들이 떠돌아다녔다. 정권교체가 된들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던 문재인 후보가 막판에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박근혜 당선이었다. 정권교체 실패로 인한 후폭풍은 천막들로 밀려 왔다. 천막이 불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결국 천막은 철거되었다. 더 이상 천막을 칠 수 없도록 중구청이 천막 자리에 화단을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복직을 요구하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자의 인수위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려다, 깔개와 비닐마저도 빼앗긴 채 엄동설한을 뜬눈으로 새워야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길도 멀어졌다. 강정 해군기지 공사와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가 강행됐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구속되고 벌금을 맞았다. 경남 밀양에서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던 농민 한 분이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정권교체를 외치던 정치인들은 실패의 헛헛함을 따뜻한 방안에서 달랬을지 모르지만,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맨몸으로 폭력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4년여가 흘렀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것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어 있고, 아마도 한달 후면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다시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이번에도 야당 후보들은 ‘정권교체’를 외친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모르겠다. 그들은 정권교체에 실패한들 ‘더 큰 권력을 누릴 기회’를 잃을 뿐이지만,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희망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풍찬노숙을 해 온 이들의 거친 삶은 기한 없이 연장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정권교체도 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바꿔야 할 것투성이다. 억울함이 흘러넘치고, 불평등과 불공정함, 불합리함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정권은 적폐도 청산해야 하고, 개혁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개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개혁의 골든타임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고 6개월 정도일 것이다. 그 기간 내에 가시적인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지방선거는 1년 남짓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무대가 될 것이고, 그 선거 이후에는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시민들도 막연하나마 이런 걱정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에도 절박하게 매주 촛불을 들고 있다. 이 절박함을 대선후보나 국회의원들이 정말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촛불시민들도 이제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바꿔야 할 목록을 뽑아보면 100개가 아니라 200개는 넘을 것이다. 그 모든 개혁들을 해야 하지만, 개혁은 과제를 나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의 첫 단추는 정치개혁이고, 그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치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혁과제 하나하나가 암초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결국 입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구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로 채워져 있는 국회에서, 재벌개혁, 검찰개혁에 정치생명을 걸고 매달릴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가 통과된 지 2달이 되어 가지만, 개혁입법 하나 통과 못 시키고 있는 국회의 꼴을 보면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바꿔서 정당이 책임 있게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혁에 소극적인 정당은 그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과제들이 국회의 핵심 화두가 될 수 있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선거법을 바꾸면 된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해법이다. 이렇게 해야 정당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게 되고,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요즘 여러 지역에서 토론의 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들 속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들에게 맡겨놔서 될 일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탄핵이 이뤄지고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개혁의 동력은 촛불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촛불의 힘으로 선거제도 개혁부터 시작해서 숱한 개혁과제들을 밀어붙여야 한다. 아마도 대선 후에는 국회를 포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개혁하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알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052045005&code=990100#csidxa63e989696279f2bb6b6d123d631a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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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국회 다수파가 늘 '기득권-남성-고령'인 까닭?

[프레시안 뷰] 첫 단추는 선거법 개혁


개혁 요구들은 빗발치는데, 국회는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 결의 안이 통과된 이후, 국회에서 무엇이 이뤄졌는가?


적폐 청산과 숱한 개혁 과제들에 대한 말은 무성하지만, 실제로 입법이 된 것은 없다. 

지금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개혁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재벌 개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사법 개혁, 행정관료 개혁, 교육 개혁, 지방자치 개혁 등 숱한 개혁 과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자, 농민, 영세자영업자들의 삶의 문제들은 쌓여가고, 높은 주거비 등 소위 '민생'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도대체 최저임금 1만 원은 언제쯤 입법이 되는 것이고, 높은 상가 임대료, 주거비 부담은 언제쯤 해결 가능한 것인가? 날로 어려워져가는 농업, 농민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런 숱한 과제들이 있지만, 국회에서는 오직 개헌특위만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촛불 민심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환골탈태시켜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것인데, 국회에서는 권력 구조 개편에만 관심이 많다.  

최근 야당들은 2월 국회에서 재벌 개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법안들을 다루겠다고 얘기했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있는 얘기가 될 지 의문이다. 1월에도 이런 개혁 법안들을 다루겠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된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대통령 한 명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국회는 '여소야대'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개혁이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런 상황이 되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서 지금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잘못된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정치판을 '판갈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선거 제도 개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선거 제도가 잘못되어 있으면 답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딱 그런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민주화가 되는 과정에서, 예외적인 선거 제도를 택한 국가이다. 1970년대 이후에 민주화가 되면서 선거 제도를 만든 국가들 중에서 대한민국같은 선거 제도를 가진 나라는 찾기 어렵다. 1970년대에 민주화가 된 스페인, 포르투갈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 제도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선거 제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했다. 1980년대에 민주화가 된 중남미의 우루과이, 브라질같은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 이후에 선거 제도를 택한 동유럽의 국가들도 대한민국처럼 소선거구제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택한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국가들의 경우에는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1990년대에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한 영국의 스코틀랜드, 웨일즈 지방도 자치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제도를 택해야 했다. 영국의 국회의원 선거 제도는 지역구에서 1등하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였지만,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의 선택은 달랐다. 이들 지방에서는 자치의회 선거 제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 제도가 더 나은 선거 제도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소선거구제를 택했고, 그것이 지금의 국회 모습을 낳은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기득권-남성-고령'같은 키워드에 맞는 구성이 되었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40억 원이 넘는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로, 세계 평균인 23.0%보다도 더 낮다(2016년 기준).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55.5세였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45세 이하인 핀란드 같은 나라보다는 평균 연령이 10세 이상 높다. 게다가 2030세대 국회의원이 3명뿐이다. 세계 평균인 13.52%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반면 50대, 60대 비중은 훨씬 높다. 

▲ 세계 평균은 IPU(국제의원연맹)가 2012년 발간한 를 참고.



이런 식의 국회구성을 바꾸는 방법은 선거 제도 개혁뿐이다. 

정답은 나와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독일식에 가까운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전국을 6개권역으로 쪼개는).  

지금처럼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는 '1인 2표' 투표 방식을 유지하되, 전체 의석은 정당 투표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방식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아무런 혼란이 없다. 지역구 선거를 아예 없애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역 대표성은 유지된다.  

그러나 국회의 구성은 정당 투표에 의해 좌우된다. 정당 투표를 얻은 만큼 의석을 배분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권역에서 100석의 국회 의석이 있고, A당이 20% 득표를 하면 A당은 그 권역에서 20% 의석인 20석을 배정받는다. 그리고 A당이 그 권역에서 당선된 지역구 당선자가 15명이 있다면, 15명은 우선 국회의원이 되고 모자라는 5명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이 제도에서는 어디까지나 정당 투표가 중요하다. 지역구 당선자는 그 지역의 대표자를 정하는 의미일 뿐, 국회의석은 정당 투표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만약 앞의 예에서 A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아예 없다면, A당은 20석 전체를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간혹 A당이 배정받은 의석 20석보다 더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를 초과 의석이라고 하는데, 그 숫자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다. 

이런 방식이 여성이나 청년의 정치 진출에 유리하고, 노동자, 농민, 영세 자영업자, 소수자들을 대표하는 정당, 다양한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그리고 선거 제도가 이렇게 바뀌게 되면, 정당들이 개혁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다음 총선에서 그 정당의 의석은, 지역구 관리를 잘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정당의 의정 활동과 정책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재벌 개혁, 검찰 개혁보다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쓰는 상황이고, 정당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의 판갈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선거 제도 개혁이다. 이것을 위해 한국노총, 민주노총, 비정규 노동운동단체, 시민단체들이 힘을 함쳐서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1월 24일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1) 만18세 선거권과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2)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및 지방의회 선거 개선 3)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을 3대 개혁 과제로 선정했다. 

그리고 대선 후보와 각 정당, 300명 국회의원들에게 개혁 과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진짜 개혁 의지가 있는 게 누구인지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선거 제도를 개혁하고,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일대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말로 촛불 시민 혁명을 완성하는 길이고, '헬조선'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시작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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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개헌에 앞서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

개헌 찬반여부 떠나 선거제도 개혁 입 모으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개혁과제인 선거제도는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가 열렸다.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한국 선거제도개혁 방안과 개헌의 방향성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발제자, 토론자들은 개헌에 앞서 선거제도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4일 오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 신광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 하승수 비례민주연대 공동대표,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책연구원 교수. ⓒ미디어스

발제자로 나선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먼저 선거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하 공동대표는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지 30년이 돼 간다. 개인적으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선거제도가 먼저 개혁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구조만 개편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그것을 전제로 개헌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 의견을 펼쳤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지금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하는데,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 등은 결국 의회로 더 많은 권력이 나눠져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력이 있으므로 분산이 필요하다는 요지로 정리되는데, 의원내각제와 같은 제도들이 권력을 반드시 분산시키는 제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 공동대표는 "이를 선거제도와 맞물려 보지 않으면 왜곡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일본은 자민당 연립여당이 46%를 득표했는데, 의회 의석의 2/3를 차지했다.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깨진 것"이라면서 "(선거제도 개혁이 없는 개헌은) 자칫 제왕적 총리의 탄생을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이 먼저"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선거제도는 2가지다. 지역구 1위 대표제인 소선구제와 유럽 복지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비례성이 보장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지역구 1위 대표제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고 특정 정당에 권력이 집중될 소지가 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고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도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평가를 해보면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정치가 훨씬 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다당제 구조가 되고, 연립정부가 구성되고,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경우도 많다. 합의의 정치, 정책중심의 경쟁 이런 것들이 정착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정당 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관건

두 번째 발제자인 신광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은 "2014년 10월 30일 투표 가치 불평등을 이유로 선거법 불합치 판결이 났다"면서 "대폭 지역구 개편이 불가피했고, 이것을 기점으로 선거구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선관위는 권력별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이때 지향했던 것은 지역주의 완화와 정당의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을 일치시켜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석패율제 도입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신광호 과장은 "그러나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선결과제가 있다"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려면 정당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늬만 민주적으로 하고 정당의 소수 실력자에 의해 공천이 이뤄지면 정치를 퇴행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국민적 거부감도 극복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신광호 과장은 "먼저 당원에 의한 후보자 선출을 법률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정당법 등을 통해 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선관위가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시했지만,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까지 진성당원이 부족하다는 탓만 할 거냐"면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통해 진성당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호 과장은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 과장은 "지구당을 돈먹는 하마로 보고 폐지했는데, 이는 정당의 실력자들이 당원을 정당행사의 들러리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제도 자체는 돈먹는 하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원이 직접 당의 정책을 결정도 하고, 후보자 추천권한도 확보하도록 하면 정당의 지역조직은 지역정치의 원천이 된다"면서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정당후원조직을 설립·확보하고 자생력을 키울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4일 오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토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노웅래 의원, 변재일 의원, 이언주 의원. ⓒ미디어스

촛불민심은 개헌이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하승수 대표의 발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거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소장은 "촛불민심이 권력구조 개편 개헌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국민들이 요구한 것은 정치권력, 검찰, 재벌, 언론과 같은 우리 사회 기득권 구조에 대한 전면적 혁파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개혁과 같은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개헌일 때만 국민들이 그 개헌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일본식 병립형 제도이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국민의 선호가 국회 구성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제도"라면서 "의회가 국민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매우 적절한 방법"이라면서 "정치발전이 정책 중심으로 가는 방향을 더 선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를 1987년 헌법 이후 도입된 13대 국회 14만5000명 수준으로 유지는 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의석수를 360석으로 늘려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120석으로 하는 안을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는 그 동안 시민 입장에서 그들만의 리그였고, 별 쓸모가없었다. 그러나 이번 촛불 광장에서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국회의 재발견"이라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서 국회에게 '이거하라'고 요구했던 광장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 시민들이 이렇게 국회의 효능을 각성한 적은 처음"이라면서 "국회가 나서 우리에게 행정부, 검찰, 국정원을 감시할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할 때다. 촛불광장 이후 너무 몸사리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개헌에 대한 접근방식이 틀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논설주간은 "개헌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선거의 도구로 이용하는 나쁜 정치의 대표적인 모습이 보인다"면서 "지금은 시기적으로 개헌을 권장해서도 안 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의 개인적 퍼스널리티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으로, 인격적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헌법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때문이며, 이런 사람을 대통령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추종한 집권당의 무능과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근 논설주간은 '헌법에 3권 분립이 명시돼 있고,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게 돼있다.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꾼다고 해소가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 형태가 아닌 어떤 정당체제냐, 양당제냐 다당제냐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의 유연한 분산과 집중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비례대표"라면서 "협력과 대화의 정치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각 당 지도부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원문보기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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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촛불혁명, 시민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혁명은 체제(시스템)의 교체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탄핵이 된 것도 아니고 박근혜·최순실을 만든 시스템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서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빠르다. 아직은 혁명이 아니다.

물론 탄핵소추가 성사된 것은 시민의 승리이다. 그러나 지금의 승리는 견고하지 못하다.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시스템의 교체는커녕 정권교체도 이루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1987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87년 6월 100만명이 거리에서 최루탄과 맞서서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쳤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겠다는 6·29선언이 나온 후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여당과 야당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8인회의’라는 것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헌법개정안을 만들었다.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했지만,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의 승리자는 군사정권의 한 축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야당은 지리멸렬했고, 시민들이 만들어준 기회마저도 발로 차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시위를 주도하던 세력의 한계도 있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의 주류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 수 없었다. 더구나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하면서도, ‘결선투표제’처럼 당연히 필요한 제도를 논의하지도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큰 실책이 되었다. 대통령제를 택한 많은 국가들이 이미 도입하고 있었던 결선투표제만 됐더라도, 1987년 12월 대선에서 득표율 36.6%를 얻은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987년 당시에는 국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도 없었다. 1970~1980년대에 민주화가 되었던 스페인, 포르투갈과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정당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의원 선거제도로 택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없었다. 결국 지역구 소선거구 선거제도를 택한 결과 국회는 지역주의 정당, 기득권 정당들이 채우게 되었다. 이들은 필요하면 정계개편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이것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87년 6월 민주항쟁은 ‘미완의 시민혁명’으로 끝났다. 

지금의 상황은 1987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박 대통령은 물러나게 될 것이지만, 그러나 집권세력 교체와 시스템 개혁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정치권은 다음번 대통령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자기중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집권세력 교체와 시스템 개혁의 전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박근혜 꼬리 끊기’를 한 새누리당 세력들은 재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의 불씨도 살아있다. 자칫 죽 쒀서 남 줄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촛불이 또 다른 미완의 시민혁명이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특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신속하면서도 철저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체제가 또 다른 국정농단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얘기다. 이번에 촛불을 들고나온 시민들의 공통된 마음은 ‘이게 나라냐’는 것이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지금부터는 부패하고 낡은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관한 얘기가 곳곳에서 토론될 필요가 있다.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핵심을 잘 잡아야 하고 순서도 잘 세워야 한다. 시스템 개혁의 입구는 선거제도의 개혁이다. 그래야 정치판을 바꾸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 민주주의 역사를 볼 때, 정치판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권고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만 19세로 되어 있는 투표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한편 시스템의 개혁 과정에서 기득권 구조의 청산을 반드시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검찰개혁, 행정·사법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직접·참여민주주의를 도입하고 확대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소환제도, 국민발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중앙으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지방분권도 시스템 개혁의 핵심이다. 

한편 개헌논의도 국회에서 할 일이 아니다. 국회 중심의 개헌논의는 결국 대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인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헌은 역사상 최초로 시민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이 주도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국회는 가만히 있으라.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개헌의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참여 개헌절차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개헌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최근 이런 방식으로 개헌을 추진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의 사례도 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미완의 시민혁명이 아니라, 부패한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시민혁명이 될 수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11205800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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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기회로 여기는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의 적폐가 속속 드러나고, 수백만개의 촛불이 광장을 뒤덮는 상황에서 국가의 근간을 바로 세우자고 주장한다. 도구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하승수(48·사진)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혁의 지향점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민의를 왜곡하는 양당 독식과 재벌의 정치 개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민주주의연대의 전신은 2011년 설립된 옛 비례대표제포럼이다. 전문가들을 넘어 대중을 상대로 정치개혁 운동을 하기 위해 올해 이름을 바꿨다.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교동 본지 사무실에서 하승수 공동대표를 만났다.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까닭과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물었다.

"박근혜·최순실이 준 기회"

-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 안엔 대통령 한 사람을 바꿀 게 아니라 이참에 ‘판을 엎자’는 열망도 있다. 알고 보니 지금껏 살아왔던 대한민국이 전혀 민주적인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판갈이를 하려면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그런 점에서 기회일 수 있다. 어쨌든 크게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수백만개의 촛불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존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 수준으로 떨어뜨리라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초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20대 총선은 되레 비례대표가 줄어들고 지역구 의석이 늘어난 상태로 치러졌다.

-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 논의가 실패로 끝났는데.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옛 비례대표제포럼을 포함해 ‘이번에는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중앙선관위 제안에 환호했다. 문제는 제도가 바뀌면 삶이 달라질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여론을 만들지 못했다. 여러 단체가 국회에 압박을 가했지만 결국 기성 정당 이해득실에 맞춰 총선이 치러져 버렸다. 선진적인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중 정당 스스로 개혁을 한 곳은 없다. 대중운동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현행 선거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나.

“노동자·농민·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표가 사라진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37.5%의 정당 득표율로 과반이 넘는 153석을 차지했다. 지역에서 1등만 차지하면 국회로 가는 소선거구제 탓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가 없다. 민의가 왜곡된다. 국회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킨다. 올해 총선에서는 양상이 조금 바뀌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양당 체제는 극단적인 정치를 부른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다당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다. 40% 아래 정당 지지율로 둘 중 하나의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겨우 몇 퍼센트 차이로 대통령이 갈린다. 양당 체제에서는 국가 운영 기조나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노동자 정치 제도화하고 재벌 정치 끝장내야"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투표 방식은 지금과 똑같다. 유권자 1명이 지역 출마자에게 1표, 정당에 1표를 행사한다. 그런 다음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전체 의석을 100석이라고 가정해 보자. A당이 선거에서 30%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30석을 확보했다. 그리고 A당 후보로 지역구에 출마한 사람 중 20명이 당선했다. 그러면 A정당의 전체 의석수 30석 중 지역구는 20석, 비례대표는 10석이 된다. 지역구 선거도 병행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국회로 보낼 수 있다.”

- 제도가 바뀌면 어떤 장점이 있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정치를 낳는다. 지금은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정권을 잡는다. 정권을 잡은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당제가 들어서면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 정책으로 경쟁한다.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한 정당이 독주를 못하니까 다양한 정당의 연립정부가 구성된다. 다당제로 정치가 불안해지는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그 반대다. 양당제 국가인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어느 쪽이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나.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노동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깊숙이 반영할 수 있다. 복지와 관련한 정책들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재벌 정치의 영향력이 감소한다. 특정 정당에 로비를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회를 구성한다.”

"한국형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 조직할 것"

- 모델로 삼아야 할 곳이 있다면.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원래 노동당과 국민당 양당 체제였다.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하는 동안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쳤다.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당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1980년대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이 조직됐다. 광범위한 대중운동이 이어졋다. 그 결과 93년 국민투표를 했다. 53%의 국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다. 이후 뉴질랜드의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다. 노조 지위를 강화하는 노동관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민영화 정책이 중단됐다. 저소득층에 각종 수당이 도입됐고, 부자는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됐다.”

- 정치권에서 불거진 개헌 논란을 어떻게 보나.

“뭘 하든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80년대 영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선거제도로 의원내각제를 했다. 마거릿 대처가 12년을 집권하면서 노조가 파괴됐고, 공공부문은 민영화됐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갈수록 악화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겠다고 헌법만 바꾸면 어떻게 되겠나. 제왕적 총리제가 탄생한다.”

-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계획을 소개한다면.

“양당 체제에서는 정치권 스스로가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 여론을 등에 업은 대중운동이 필요하다. 그동안 전문가와 정치인 위주로 활동해 온 측면이 있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겠다.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을 한국에 만들겠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촛불 민심을 모아 유력 대선후보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할 것이다. 대중운동을 통해 2020년 차기 총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도록 만들겠다.”

비례민주주의연대는 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선거제도’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한비네)가 함께한다.

원문보기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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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프레시안 뷰] 김무성 식 개헌이 위험한 이유
사실 이 글은 문재인만이 아니라, 정치를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쓰는 글이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가 어제(11월 28일) JTBC에 출연했었고, 거기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통해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손석희 진행자의 개헌에 관한 질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내가 본래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사람인데, 지금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차기 대선 이후에 개헌을 논의하는게 옳다고 본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 이런 얘기는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서 하고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얘기 자체로 보면 틀린 얘기가 아니다. 탄핵이든 하야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고, 빠르면 내년 봄 이전에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그 전까지 개헌을 한다면 그것은 졸속 개헌이 될 수 밖에 없다.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직접·참여민주주의 확대, 지방 분권과 자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아내기는 어려운 개헌이 될 수밖에 없고, 오로지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제로 바꾸는 내용의 개헌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얘기는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안이한 얘기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입에서 '이제는 사람의 교체로는 안 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이런 얘기에 동조하면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는 것은 안이한 태도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금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김무성같은 정치인이 조기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즉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개헌을 매개로 정계 개편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세력을 모두 '개헌'이라는 강력한 명분으로 모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자신들이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세력'이고, 문재인 전 대표는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인 것처럼 프레임을 짜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현 시점 개헌 반대, 차기 대선 이후 개헌'이라는 원론적 얘기만 하는 것은 자칫 스스로를 '반대' 프레임에 가두고, 상대편에게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이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에서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내세워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얻었던 것처럼, 기득권 정치 세력에 속하는 이들이 '시스템 개혁'을 주장하며 살 길을 찾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시도를 방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정치 개혁을 해 보겠다는 대선 후보라면,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하는 개헌은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유지'를 하겠다는 것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진짜 시스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상대방이 짜놓은 프레임에 갖히게 될 것이다.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단순 전환하는 것은 시스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의원내각제이지만, '제왕적 총리'가 정치를 좌우했던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는 12년 동안 집권하면서, 영국 시민들의 삶을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장기 집권을 도모하면서 원전 재가동 등 독단적 정치를 펴고 있다. 

기가 찬 것은 이들이 과반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마거릿 대처가 속한 보수당은 1979년 총선에서 43.9%를 얻는데 그쳤지만, 지역구 1위 대표제 선거 제도 덕분에 53.4% 국회 의석을 확보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보수당을 선택하지 않은 56% 유권자들의 의사는 무시당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속한 연립여당도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46% 남짓 득표했지만, 잘못된 선거 제도 덕분에 68% 의석을 확보했다. 

따라서 문제는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선거 제도이다. 민주주의가 잘되는 스웨덴, 덴마크 등의 국가들은 단순히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 제도로 택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에서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선거 제도가 이렇게 될 때에, 의원내각제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정당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연합해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정책을 중심으로 국회 의정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300명 국회의원 중 253명을 지역구에서 선출하는 선거 제도를 놔두고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것은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 아마도 지금 선거제도 하에서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들끼리 자리를 나눠먹는 '권력 나눠먹기'가 성행할 것이다. 총리와 장관 자리를 나눠먹기 위한 이합집산이 거듭될 것이다. 호남당, 영남당만이 아니라 충청당, 강원당도 생길 것이다. 지역구에서 당선이 가능한 기득권 정치 세력만이 국회를 채우고, 세대 대표성, 계급 계층 대표성은 상실한 국회가 유지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의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대의 프레임이 아니라, 혁신의 프레임을 짜야 한다. 광장에 190만 명이 모이더라도, 내년 대선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의 정치가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보장도 없다. 

시스템 혁신의 깃발을 엉뚱한 쪽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 진짜 시스템을 바꾸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시민들의 직접·참여민주주의 확대, 획기적인 지방 분권, 특권 개혁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제대로 분산되고, 진정으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을 실현할 수 있다. 

지금은 그 기로에 놓여 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이라면, 여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원문보기 :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4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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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쿠데타세력 '개헌'으로 신분세탁
190만 촛불, 죽 쒀서 남 줄 수도"
[이 사람, 10만인]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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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정대희


"죽 쒀서 남 줄 수 있어요."

하승수 비례대표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여러 번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절박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죽'은 광장의 190만 촛불이 쏘아올린 박근혜 퇴진을 의미한다. '남'은 박 대통령 아래 호가호위했던 부패 기득권 세력이다. 하 대표는 "우리는 이미 승리했지만 순식간에 '내가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들 수 있다"라면서 "박근혜 퇴진 이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또 당한다"라고 경고했다.  

하 대표가 지난 11월 28일 오후에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마당집'을 찾았다.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그는 "박정희는 총칼로 권력을 잡았는데, 그의 딸 박근혜는 '사기'를 쳐서 선거라는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했다"라면서 "둘 다 권력을 사유화한 쿠데타 세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 뒤 우려의 말을 쏟아 냈다. 

과거 악몽 재연되나?

"과거 악몽의 기억이 지금의 정치 상황과 묘하게 교차합니다."

그는 최루탄과 지랄탄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쟁취한 민주주의를 순식간에 반동의 역사로 되치기 당한 1987년 6월 항쟁 때를 떠올렸다.        

"백골단 몽둥이 앞에서 100만 명의 넥타이부대와 대학생, 노동자들이 짱돌과 화염병을 들고 싸웠습니다. 전두환 독재에 맞서서 직선제를 쟁취했죠. 이번에는 촛불 들고 중고생들까지 거리로 나왔습니다. 일제 때 광주 학생운동, 4.19 혁명 때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아 울컥했습니다. 촛불은 짱돌과 화염병보다 힘이 셌습니다. 검찰이 박근혜 게이트를 수사하고, 국회가 탄핵을 준비하는 것은 촛불의 힘입니다."

여기까지는 과거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광화문 광장을 밝히고, 무도한 대통령을 불사른 190만 촛불 혁명을 정치권 야합의 제물로 갖다 바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선제, 그 과실을 따먹은 건 그 나물에 그 밥인 노태우였습니다. 1988년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소야대를 만들었는데, 민정당을 중심으로 한 3당 야합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권력을 잡았습니다. 정계개편으로 정권을 찬탈했습니다. 결국 아이엠에프 경제위기까지 불러왔습니다.

그때와 비슷합니다. 여당의 비박계와 야당 일부, <조선일보> 등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헌으로 뭉치고 있습니다. 권력을 향유하면서 헬조선을 만든 장본인들이 반성 없이 탄핵을 외치면서 권력을 재창출하려고 '헤쳐 모여'하고 있습니다." 

헬조선 만든 자들이 개혁론자로 둔갑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부역자들이 박근혜 꼬리 끊기를 하면서 개헌을 이야기하는 시스템 개혁론자로 신분세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 당, <조선일보>의 움직임을 보면 반성해야 할 자들이 개헌에 비판적인 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면서 보수 재집권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가동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동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첫 단추로 '선거법 개정'을 꼽았다. 그는 왜 긴박한 시기에 선거법 개정 깃발을 들었을까? 잠시 역사의 시계바늘을 2010년으로 돌려보자.      

지난 2010년 12월 8일 오후 4시 15분경. 최근 대권 포기 선언을 하고 개헌 세력 규합 행보를 보이는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갈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 나와!" "다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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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원천 무효!" 2011년도 새해 예산안이 여당의 강처리 끝에 가결됐습니다.
ⓒ 오대양


국회판 막장 드라마 신호탄이자 돌격명령이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했던 야당 의원의 멱살을 잡고 하나둘씩 끌어내렸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70% 이상이 4대강 사업에 반대했지만, 여당은 날치기로 예산을 통과시켰다. 당시 여대야소 정국이었다.  

올해 초에도 여당은 무소불위 힘을 휘둘렀다. 여론조사 결과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았지만, 여당이 국회의원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의원들의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에 국민들은 열광했지만 다수당인 여당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민의의 왜곡... 득표율 37.5%로 국회 다수 의석 차지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300석 중 152석을 차지했죠. 그런데 득표율은 42.8%였습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선택하지 않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그 힘으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죠. 4대강 예산 날치기 때도 한나라당이 과반수이상 의석이었지만, 2008년 총선에서 득표율은 37.5%였습니다. 그런데 153석을 차지했어요. 만약 득표율과 의석수가 어느 정도 일치했다면, 여당은 4대강 사업도, 테러방지법도 밀어붙이지 못했겠죠."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간신히 당선했는데, 전반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라면서 "선거 제도가 민의를 반영했다면 국회가 박근혜 정권의 독선, 아니 최순실의 전횡, 부패를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정의당은 7.2%의 정당 지지를 받았습니다. 득표율로 따지만 의석 24석을 얻어야 합니다. 6석에 그쳤습니다.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소수 목소리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될 수 없습니다. 행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개헌 이전에 민의를 배반하는 선거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경우, 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독선과 전횡의 거수기 역할을 했던 지난 총선의 여대야소 정국은 다음과 같이 정반대로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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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총선 결과를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 하승수


의석수 늘이고 특권을 줄이자

-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게 가능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작년 2월에 제시한 선거제도 개혁안은 바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국가 공식 기구조차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 현재 의석을 그대로 둔 채 시행할 경우 지역구 의석이 줄 수밖에 없는데, 자기 밥그릇을 줄여가면서 정치권이 나설까?  
"선관위는 지역구 200석, 비례 대표 100석으로 제안했다. 그럼 지역구가 줄어든다. 정치권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 지역구를 유지하면서 총 의석수를 늘이는 방법이 있다."

- 정치 불신이 심하다. 국민 정서상 반발이 예상된다.
"8천만 인구의 독일 연방 하원 의원수는 633석이다. 덴마크의 인구는 550만 명인데 179석이다. OECD국가 평균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9만9469명인데, 한국은 16만7400명이다. 삶의 질이 높은 나라는 인구대비 의석수가 많다. 의석수는 늘이고 특권을 줄이면 된다. 그러면 국회예산을 늘리지 않고서도 국회의석을 늘릴 수 있다. 전체 의석을 360석 정도로 늘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 정도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 의원 특권은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우리 국회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의 국회의원에 비해 보좌진이 많다. 스웨덴은 개인보좌진이 없다. 지금 국회의원 보좌진 중 상당수는 지역구 관리나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데 보좌진 숫자를 적정규모로 줄이면 된다. 

세비도 많은 편이다.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이 3D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월급도 많지 않고 특권도 없는데 장시간 일한다. 대한민국 국회에는 특수 활동비처럼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예산도 80억 원에 달한다. 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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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정대희


그는 이어 뉴질랜드의 선거제도 개혁 사례를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1993년에 시민사회가 미국영국식 소선거구제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바꿨습니다. 당시 구호는 '99석의 독재를 원하나, 120석의 민주주의를 원하나'라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우리처럼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집권하는 것은 독재에 가깝기에 의석수를 늘리더라도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자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지역구 7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바꿨습니다. 

그 뒤에 양당독점이 깨졌습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올랐습니다. 공기업 민영화도 중단됐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에 수당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민생제도가 활성화 됐습니다. 정치가 제대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는 "뉴질랜드처럼 우리도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선거제도 개혁운동, 유권자들의 민의를 제대로 정치에 반영하는 초정파적 선거제도 개혁운동이 절실하다"라면서 "개헌도 필요하지만, 선 선거제도 개혁, 후 개헌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력구조만 바꾸는 개헌? 부패 기득권 이합집산

그는 최근 이메일 편지인 <하승수의 꿈꾸는 삶 93호>에 이렇게 적었다.  

"권력 구조만을 의원내각제로 바꿀 경우 지역주의 정당들은 '우리 지역도 장관자리 몇 개라도 차지하려면, 우리 지역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충청당, 강원당도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정당들끼리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자리를 나눠가지는 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반면에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먼저 개혁되면,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다당제 구조가 형성됩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므로 진보 정당 상당한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정당득표율이 중요하므로 정책이 강조되는 선거가 가능합니다. 이런 구조가 되면 의원내각제(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게 될 경우에도 정책연합을 바탕으로 한 연립정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한 즈음에 박 대통령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카드'를 꺼내 반전을 노렸다. 보수 재결집, 재집권 시나리오였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일부 정치인들도 개헌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에 부역했던 정치인들조차, '개헌은 차기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대선후보에게 우르르 달려들어 "권력만 탐하는 자"라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죽 쒀서 남 좋은 일 시켜준' 1987년 6월 항쟁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촛불 민심 반영할 선거 시스템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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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정대희


"내년이 민주항쟁 30주년 되는 해입니다. 한국 사회는 나아졌는가? 자문해봅니다. 부패 수준은 그대로이고, 불평등은 심각합니다. 환경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성평등 수준도 아직 바닥입니다. 나름대로 사회를 바꾸려고 뛰었는데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시스템을 바꾸기 보다는 시스템의 포로가 됐기 때문입니다. 기득권 세력들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만 운동을 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이번 기회에 죽 쒀서 남 주지 말고 선거제도라도 바꾼다면 행복하겠습니다. 박정희, 박근혜의 쿠데타에 이어 이번에도 부패 기득권 세력의 뒤집기가 성공한다면 광화문을 가득 채운 촛불은 얼마나 실망하겠습니까. 안타깝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잘나갈 수 있는 변호사였다. 이걸 그만두고 참여연대 상근변호사로 활동했다. 참여연대가 잘나갈 때 풀뿌리운동가로 직업을 바꿨다. 그 뒤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녹색당을 창당해 지난 총선 때 종로에 출마했다. 그가 얻은 건 590표. 0.7%의 득표율이지만 목표는 다른 데 있었다. 전국 3%의 득표율을 올리면 비례의원 1명을 배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종로가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의 다른 지역구에서 녹색당 정당 투표 선거운동을 했다.   

박근혜 퇴진 촛불과 개헌론이 소용돌이치는 시대, 그는 다시 '초당파적' 시민운동가로 돌아왔다.

원문보기 :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Ten/report_last.aspx?atcd=A0002266360&srscd=000001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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