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앞서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

개헌 찬반여부 떠나 선거제도 개혁 입 모으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개혁과제인 선거제도는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가 열렸다.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한국 선거제도개혁 방안과 개헌의 방향성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발제자, 토론자들은 개헌에 앞서 선거제도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4일 오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 신광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 하승수 비례민주연대 공동대표,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책연구원 교수. ⓒ미디어스

발제자로 나선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먼저 선거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하 공동대표는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지 30년이 돼 간다. 개인적으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선거제도가 먼저 개혁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구조만 개편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그것을 전제로 개헌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 의견을 펼쳤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지금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하는데,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 등은 결국 의회로 더 많은 권력이 나눠져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력이 있으므로 분산이 필요하다는 요지로 정리되는데, 의원내각제와 같은 제도들이 권력을 반드시 분산시키는 제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 공동대표는 "이를 선거제도와 맞물려 보지 않으면 왜곡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일본은 자민당 연립여당이 46%를 득표했는데, 의회 의석의 2/3를 차지했다.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깨진 것"이라면서 "(선거제도 개혁이 없는 개헌은) 자칫 제왕적 총리의 탄생을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이 먼저"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선거제도는 2가지다. 지역구 1위 대표제인 소선구제와 유럽 복지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비례성이 보장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지역구 1위 대표제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고 특정 정당에 권력이 집중될 소지가 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고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도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평가를 해보면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정치가 훨씬 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다당제 구조가 되고, 연립정부가 구성되고,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경우도 많다. 합의의 정치, 정책중심의 경쟁 이런 것들이 정착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정당 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관건

두 번째 발제자인 신광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은 "2014년 10월 30일 투표 가치 불평등을 이유로 선거법 불합치 판결이 났다"면서 "대폭 지역구 개편이 불가피했고, 이것을 기점으로 선거구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선관위는 권력별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이때 지향했던 것은 지역주의 완화와 정당의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을 일치시켜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석패율제 도입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신광호 과장은 "그러나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선결과제가 있다"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려면 정당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늬만 민주적으로 하고 정당의 소수 실력자에 의해 공천이 이뤄지면 정치를 퇴행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국민적 거부감도 극복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신광호 과장은 "먼저 당원에 의한 후보자 선출을 법률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정당법 등을 통해 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선관위가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시했지만,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까지 진성당원이 부족하다는 탓만 할 거냐"면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통해 진성당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호 과장은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 과장은 "지구당을 돈먹는 하마로 보고 폐지했는데, 이는 정당의 실력자들이 당원을 정당행사의 들러리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제도 자체는 돈먹는 하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원이 직접 당의 정책을 결정도 하고, 후보자 추천권한도 확보하도록 하면 정당의 지역조직은 지역정치의 원천이 된다"면서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정당후원조직을 설립·확보하고 자생력을 키울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4일 오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토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노웅래 의원, 변재일 의원, 이언주 의원. ⓒ미디어스

촛불민심은 개헌이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하승수 대표의 발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거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소장은 "촛불민심이 권력구조 개편 개헌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국민들이 요구한 것은 정치권력, 검찰, 재벌, 언론과 같은 우리 사회 기득권 구조에 대한 전면적 혁파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개혁과 같은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개헌일 때만 국민들이 그 개헌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일본식 병립형 제도이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국민의 선호가 국회 구성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제도"라면서 "의회가 국민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매우 적절한 방법"이라면서 "정치발전이 정책 중심으로 가는 방향을 더 선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를 1987년 헌법 이후 도입된 13대 국회 14만5000명 수준으로 유지는 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의석수를 360석으로 늘려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120석으로 하는 안을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는 그 동안 시민 입장에서 그들만의 리그였고, 별 쓸모가없었다. 그러나 이번 촛불 광장에서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국회의 재발견"이라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서 국회에게 '이거하라'고 요구했던 광장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 시민들이 이렇게 국회의 효능을 각성한 적은 처음"이라면서 "국회가 나서 우리에게 행정부, 검찰, 국정원을 감시할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할 때다. 촛불광장 이후 너무 몸사리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개헌에 대한 접근방식이 틀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논설주간은 "개헌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선거의 도구로 이용하는 나쁜 정치의 대표적인 모습이 보인다"면서 "지금은 시기적으로 개헌을 권장해서도 안 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의 개인적 퍼스널리티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으로, 인격적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헌법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때문이며, 이런 사람을 대통령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추종한 집권당의 무능과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근 논설주간은 '헌법에 3권 분립이 명시돼 있고,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게 돼있다.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꾼다고 해소가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 형태가 아닌 어떤 정당체제냐, 양당제냐 다당제냐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의 유연한 분산과 집중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비례대표"라면서 "협력과 대화의 정치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각 당 지도부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원문보기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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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촛불혁명, 시민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혁명은 체제(시스템)의 교체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탄핵이 된 것도 아니고 박근혜·최순실을 만든 시스템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서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빠르다. 아직은 혁명이 아니다.

물론 탄핵소추가 성사된 것은 시민의 승리이다. 그러나 지금의 승리는 견고하지 못하다.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시스템의 교체는커녕 정권교체도 이루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1987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87년 6월 100만명이 거리에서 최루탄과 맞서서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쳤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겠다는 6·29선언이 나온 후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여당과 야당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8인회의’라는 것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헌법개정안을 만들었다.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했지만,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의 승리자는 군사정권의 한 축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야당은 지리멸렬했고, 시민들이 만들어준 기회마저도 발로 차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시위를 주도하던 세력의 한계도 있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의 주류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 수 없었다. 더구나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하면서도, ‘결선투표제’처럼 당연히 필요한 제도를 논의하지도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큰 실책이 되었다. 대통령제를 택한 많은 국가들이 이미 도입하고 있었던 결선투표제만 됐더라도, 1987년 12월 대선에서 득표율 36.6%를 얻은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987년 당시에는 국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도 없었다. 1970~1980년대에 민주화가 되었던 스페인, 포르투갈과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정당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의원 선거제도로 택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없었다. 결국 지역구 소선거구 선거제도를 택한 결과 국회는 지역주의 정당, 기득권 정당들이 채우게 되었다. 이들은 필요하면 정계개편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이것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87년 6월 민주항쟁은 ‘미완의 시민혁명’으로 끝났다. 

지금의 상황은 1987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박 대통령은 물러나게 될 것이지만, 그러나 집권세력 교체와 시스템 개혁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정치권은 다음번 대통령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자기중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집권세력 교체와 시스템 개혁의 전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박근혜 꼬리 끊기’를 한 새누리당 세력들은 재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의 불씨도 살아있다. 자칫 죽 쒀서 남 줄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촛불이 또 다른 미완의 시민혁명이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특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신속하면서도 철저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체제가 또 다른 국정농단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얘기다. 이번에 촛불을 들고나온 시민들의 공통된 마음은 ‘이게 나라냐’는 것이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지금부터는 부패하고 낡은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관한 얘기가 곳곳에서 토론될 필요가 있다.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핵심을 잘 잡아야 하고 순서도 잘 세워야 한다. 시스템 개혁의 입구는 선거제도의 개혁이다. 그래야 정치판을 바꾸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 민주주의 역사를 볼 때, 정치판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권고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만 19세로 되어 있는 투표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한편 시스템의 개혁 과정에서 기득권 구조의 청산을 반드시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검찰개혁, 행정·사법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직접·참여민주주의를 도입하고 확대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소환제도, 국민발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중앙으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지방분권도 시스템 개혁의 핵심이다. 

한편 개헌논의도 국회에서 할 일이 아니다. 국회 중심의 개헌논의는 결국 대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인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헌은 역사상 최초로 시민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이 주도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국회는 가만히 있으라.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개헌의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참여 개헌절차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개헌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최근 이런 방식으로 개헌을 추진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의 사례도 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미완의 시민혁명이 아니라, 부패한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시민혁명이 될 수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11205800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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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기회로 여기는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의 적폐가 속속 드러나고, 수백만개의 촛불이 광장을 뒤덮는 상황에서 국가의 근간을 바로 세우자고 주장한다. 도구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하승수(48·사진)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혁의 지향점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민의를 왜곡하는 양당 독식과 재벌의 정치 개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민주주의연대의 전신은 2011년 설립된 옛 비례대표제포럼이다. 전문가들을 넘어 대중을 상대로 정치개혁 운동을 하기 위해 올해 이름을 바꿨다.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교동 본지 사무실에서 하승수 공동대표를 만났다.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까닭과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물었다.

"박근혜·최순실이 준 기회"

-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 안엔 대통령 한 사람을 바꿀 게 아니라 이참에 ‘판을 엎자’는 열망도 있다. 알고 보니 지금껏 살아왔던 대한민국이 전혀 민주적인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판갈이를 하려면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그런 점에서 기회일 수 있다. 어쨌든 크게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수백만개의 촛불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존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 수준으로 떨어뜨리라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초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20대 총선은 되레 비례대표가 줄어들고 지역구 의석이 늘어난 상태로 치러졌다.

-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 논의가 실패로 끝났는데.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옛 비례대표제포럼을 포함해 ‘이번에는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중앙선관위 제안에 환호했다. 문제는 제도가 바뀌면 삶이 달라질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여론을 만들지 못했다. 여러 단체가 국회에 압박을 가했지만 결국 기성 정당 이해득실에 맞춰 총선이 치러져 버렸다. 선진적인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중 정당 스스로 개혁을 한 곳은 없다. 대중운동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현행 선거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나.

“노동자·농민·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표가 사라진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37.5%의 정당 득표율로 과반이 넘는 153석을 차지했다. 지역에서 1등만 차지하면 국회로 가는 소선거구제 탓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가 없다. 민의가 왜곡된다. 국회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킨다. 올해 총선에서는 양상이 조금 바뀌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양당 체제는 극단적인 정치를 부른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다당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다. 40% 아래 정당 지지율로 둘 중 하나의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겨우 몇 퍼센트 차이로 대통령이 갈린다. 양당 체제에서는 국가 운영 기조나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노동자 정치 제도화하고 재벌 정치 끝장내야"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투표 방식은 지금과 똑같다. 유권자 1명이 지역 출마자에게 1표, 정당에 1표를 행사한다. 그런 다음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전체 의석을 100석이라고 가정해 보자. A당이 선거에서 30%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30석을 확보했다. 그리고 A당 후보로 지역구에 출마한 사람 중 20명이 당선했다. 그러면 A정당의 전체 의석수 30석 중 지역구는 20석, 비례대표는 10석이 된다. 지역구 선거도 병행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국회로 보낼 수 있다.”

- 제도가 바뀌면 어떤 장점이 있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정치를 낳는다. 지금은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정권을 잡는다. 정권을 잡은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당제가 들어서면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 정책으로 경쟁한다.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한 정당이 독주를 못하니까 다양한 정당의 연립정부가 구성된다. 다당제로 정치가 불안해지는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그 반대다. 양당제 국가인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어느 쪽이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나.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노동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깊숙이 반영할 수 있다. 복지와 관련한 정책들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재벌 정치의 영향력이 감소한다. 특정 정당에 로비를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회를 구성한다.”

"한국형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 조직할 것"

- 모델로 삼아야 할 곳이 있다면.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원래 노동당과 국민당 양당 체제였다.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하는 동안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쳤다.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당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1980년대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이 조직됐다. 광범위한 대중운동이 이어졋다. 그 결과 93년 국민투표를 했다. 53%의 국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다. 이후 뉴질랜드의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다. 노조 지위를 강화하는 노동관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민영화 정책이 중단됐다. 저소득층에 각종 수당이 도입됐고, 부자는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됐다.”

- 정치권에서 불거진 개헌 논란을 어떻게 보나.

“뭘 하든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80년대 영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선거제도로 의원내각제를 했다. 마거릿 대처가 12년을 집권하면서 노조가 파괴됐고, 공공부문은 민영화됐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갈수록 악화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겠다고 헌법만 바꾸면 어떻게 되겠나. 제왕적 총리제가 탄생한다.”

-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계획을 소개한다면.

“양당 체제에서는 정치권 스스로가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 여론을 등에 업은 대중운동이 필요하다. 그동안 전문가와 정치인 위주로 활동해 온 측면이 있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겠다.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을 한국에 만들겠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촛불 민심을 모아 유력 대선후보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할 것이다. 대중운동을 통해 2020년 차기 총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도록 만들겠다.”

비례민주주의연대는 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선거제도’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한비네)가 함께한다.

원문보기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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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프레시안 뷰] 김무성 식 개헌이 위험한 이유
사실 이 글은 문재인만이 아니라, 정치를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쓰는 글이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가 어제(11월 28일) JTBC에 출연했었고, 거기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통해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손석희 진행자의 개헌에 관한 질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내가 본래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사람인데, 지금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차기 대선 이후에 개헌을 논의하는게 옳다고 본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 이런 얘기는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서 하고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얘기 자체로 보면 틀린 얘기가 아니다. 탄핵이든 하야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고, 빠르면 내년 봄 이전에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그 전까지 개헌을 한다면 그것은 졸속 개헌이 될 수 밖에 없다.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직접·참여민주주의 확대, 지방 분권과 자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아내기는 어려운 개헌이 될 수밖에 없고, 오로지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제로 바꾸는 내용의 개헌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얘기는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안이한 얘기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입에서 '이제는 사람의 교체로는 안 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이런 얘기에 동조하면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는 것은 안이한 태도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금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김무성같은 정치인이 조기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즉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개헌을 매개로 정계 개편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세력을 모두 '개헌'이라는 강력한 명분으로 모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자신들이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세력'이고, 문재인 전 대표는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인 것처럼 프레임을 짜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현 시점 개헌 반대, 차기 대선 이후 개헌'이라는 원론적 얘기만 하는 것은 자칫 스스로를 '반대' 프레임에 가두고, 상대편에게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이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에서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내세워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얻었던 것처럼, 기득권 정치 세력에 속하는 이들이 '시스템 개혁'을 주장하며 살 길을 찾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시도를 방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정치 개혁을 해 보겠다는 대선 후보라면,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하는 개헌은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유지'를 하겠다는 것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진짜 시스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상대방이 짜놓은 프레임에 갖히게 될 것이다.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단순 전환하는 것은 시스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의원내각제이지만, '제왕적 총리'가 정치를 좌우했던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는 12년 동안 집권하면서, 영국 시민들의 삶을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장기 집권을 도모하면서 원전 재가동 등 독단적 정치를 펴고 있다. 

기가 찬 것은 이들이 과반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마거릿 대처가 속한 보수당은 1979년 총선에서 43.9%를 얻는데 그쳤지만, 지역구 1위 대표제 선거 제도 덕분에 53.4% 국회 의석을 확보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보수당을 선택하지 않은 56% 유권자들의 의사는 무시당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속한 연립여당도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46% 남짓 득표했지만, 잘못된 선거 제도 덕분에 68% 의석을 확보했다. 

따라서 문제는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선거 제도이다. 민주주의가 잘되는 스웨덴, 덴마크 등의 국가들은 단순히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 제도로 택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에서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선거 제도가 이렇게 될 때에, 의원내각제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정당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연합해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정책을 중심으로 국회 의정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300명 국회의원 중 253명을 지역구에서 선출하는 선거 제도를 놔두고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것은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 아마도 지금 선거제도 하에서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들끼리 자리를 나눠먹는 '권력 나눠먹기'가 성행할 것이다. 총리와 장관 자리를 나눠먹기 위한 이합집산이 거듭될 것이다. 호남당, 영남당만이 아니라 충청당, 강원당도 생길 것이다. 지역구에서 당선이 가능한 기득권 정치 세력만이 국회를 채우고, 세대 대표성, 계급 계층 대표성은 상실한 국회가 유지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의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대의 프레임이 아니라, 혁신의 프레임을 짜야 한다. 광장에 190만 명이 모이더라도, 내년 대선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의 정치가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보장도 없다. 

시스템 혁신의 깃발을 엉뚱한 쪽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 진짜 시스템을 바꾸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시민들의 직접·참여민주주의 확대, 획기적인 지방 분권, 특권 개혁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제대로 분산되고, 진정으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을 실현할 수 있다. 

지금은 그 기로에 놓여 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이라면, 여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원문보기 : http://m.pressian.com/m/m_article.html?no=14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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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쿠데타세력 '개헌'으로 신분세탁
190만 촛불, 죽 쒀서 남 줄 수도"
[이 사람, 10만인]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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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정대희


"죽 쒀서 남 줄 수 있어요."

하승수 비례대표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여러 번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 절박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죽'은 광장의 190만 촛불이 쏘아올린 박근혜 퇴진을 의미한다. '남'은 박 대통령 아래 호가호위했던 부패 기득권 세력이다. 하 대표는 "우리는 이미 승리했지만 순식간에 '내가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들 수 있다"라면서 "박근혜 퇴진 이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또 당한다"라고 경고했다.  

하 대표가 지난 11월 28일 오후에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마당집'을 찾았다.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그는 "박정희는 총칼로 권력을 잡았는데, 그의 딸 박근혜는 '사기'를 쳐서 선거라는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했다"라면서 "둘 다 권력을 사유화한 쿠데타 세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 뒤 우려의 말을 쏟아 냈다. 

과거 악몽 재연되나?

"과거 악몽의 기억이 지금의 정치 상황과 묘하게 교차합니다."

그는 최루탄과 지랄탄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쟁취한 민주주의를 순식간에 반동의 역사로 되치기 당한 1987년 6월 항쟁 때를 떠올렸다.        

"백골단 몽둥이 앞에서 100만 명의 넥타이부대와 대학생, 노동자들이 짱돌과 화염병을 들고 싸웠습니다. 전두환 독재에 맞서서 직선제를 쟁취했죠. 이번에는 촛불 들고 중고생들까지 거리로 나왔습니다. 일제 때 광주 학생운동, 4.19 혁명 때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아 울컥했습니다. 촛불은 짱돌과 화염병보다 힘이 셌습니다. 검찰이 박근혜 게이트를 수사하고, 국회가 탄핵을 준비하는 것은 촛불의 힘입니다."

여기까지는 과거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광화문 광장을 밝히고, 무도한 대통령을 불사른 190만 촛불 혁명을 정치권 야합의 제물로 갖다 바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선제, 그 과실을 따먹은 건 그 나물에 그 밥인 노태우였습니다. 1988년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소야대를 만들었는데, 민정당을 중심으로 한 3당 야합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권력을 잡았습니다. 정계개편으로 정권을 찬탈했습니다. 결국 아이엠에프 경제위기까지 불러왔습니다.

그때와 비슷합니다. 여당의 비박계와 야당 일부, <조선일보> 등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헌으로 뭉치고 있습니다. 권력을 향유하면서 헬조선을 만든 장본인들이 반성 없이 탄핵을 외치면서 권력을 재창출하려고 '헤쳐 모여'하고 있습니다." 

헬조선 만든 자들이 개혁론자로 둔갑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부역자들이 박근혜 꼬리 끊기를 하면서 개헌을 이야기하는 시스템 개혁론자로 신분세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 비박계와 국민의 당, <조선일보>의 움직임을 보면 반성해야 할 자들이 개헌에 비판적인 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면서 보수 재집권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가동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동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첫 단추로 '선거법 개정'을 꼽았다. 그는 왜 긴박한 시기에 선거법 개정 깃발을 들었을까? 잠시 역사의 시계바늘을 2010년으로 돌려보자.      

지난 2010년 12월 8일 오후 4시 15분경. 최근 대권 포기 선언을 하고 개헌 세력 규합 행보를 보이는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갈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 나와!" "다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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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원천 무효!" 2011년도 새해 예산안이 여당의 강처리 끝에 가결됐습니다.
ⓒ 오대양


국회판 막장 드라마 신호탄이자 돌격명령이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했던 야당 의원의 멱살을 잡고 하나둘씩 끌어내렸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70% 이상이 4대강 사업에 반대했지만, 여당은 날치기로 예산을 통과시켰다. 당시 여대야소 정국이었다.  

올해 초에도 여당은 무소불위 힘을 휘둘렀다. 여론조사 결과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았지만, 여당이 국회의원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의원들의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에 국민들은 열광했지만 다수당인 여당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민의의 왜곡... 득표율 37.5%로 국회 다수 의석 차지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300석 중 152석을 차지했죠. 그런데 득표율은 42.8%였습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선택하지 않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그 힘으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죠. 4대강 예산 날치기 때도 한나라당이 과반수이상 의석이었지만, 2008년 총선에서 득표율은 37.5%였습니다. 그런데 153석을 차지했어요. 만약 득표율과 의석수가 어느 정도 일치했다면, 여당은 4대강 사업도, 테러방지법도 밀어붙이지 못했겠죠."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간신히 당선했는데, 전반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라면서 "선거 제도가 민의를 반영했다면 국회가 박근혜 정권의 독선, 아니 최순실의 전횡, 부패를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정의당은 7.2%의 정당 지지를 받았습니다. 득표율로 따지만 의석 24석을 얻어야 합니다. 6석에 그쳤습니다.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소수 목소리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될 수 없습니다. 행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개헌 이전에 민의를 배반하는 선거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경우, 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독선과 전횡의 거수기 역할을 했던 지난 총선의 여대야소 정국은 다음과 같이 정반대로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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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총선 결과를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 하승수


의석수 늘이고 특권을 줄이자

-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게 가능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작년 2월에 제시한 선거제도 개혁안은 바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국가 공식 기구조차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 현재 의석을 그대로 둔 채 시행할 경우 지역구 의석이 줄 수밖에 없는데, 자기 밥그릇을 줄여가면서 정치권이 나설까?  
"선관위는 지역구 200석, 비례 대표 100석으로 제안했다. 그럼 지역구가 줄어든다. 정치권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 지역구를 유지하면서 총 의석수를 늘이는 방법이 있다."

- 정치 불신이 심하다. 국민 정서상 반발이 예상된다.
"8천만 인구의 독일 연방 하원 의원수는 633석이다. 덴마크의 인구는 550만 명인데 179석이다. OECD국가 평균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9만9469명인데, 한국은 16만7400명이다. 삶의 질이 높은 나라는 인구대비 의석수가 많다. 의석수는 늘이고 특권을 줄이면 된다. 그러면 국회예산을 늘리지 않고서도 국회의석을 늘릴 수 있다. 전체 의석을 360석 정도로 늘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 정도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 의원 특권은 어떻게 줄일 수 있나? 
"우리 국회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의 국회의원에 비해 보좌진이 많다. 스웨덴은 개인보좌진이 없다. 지금 국회의원 보좌진 중 상당수는 지역구 관리나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데 보좌진 숫자를 적정규모로 줄이면 된다. 

세비도 많은 편이다.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이 3D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월급도 많지 않고 특권도 없는데 장시간 일한다. 대한민국 국회에는 특수 활동비처럼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예산도 80억 원에 달한다. 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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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정대희


그는 이어 뉴질랜드의 선거제도 개혁 사례를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1993년에 시민사회가 미국영국식 소선거구제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바꿨습니다. 당시 구호는 '99석의 독재를 원하나, 120석의 민주주의를 원하나'라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우리처럼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집권하는 것은 독재에 가깝기에 의석수를 늘리더라도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자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지역구 7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바꿨습니다. 

그 뒤에 양당독점이 깨졌습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올랐습니다. 공기업 민영화도 중단됐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에 수당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민생제도가 활성화 됐습니다. 정치가 제대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는 "뉴질랜드처럼 우리도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선거제도 개혁운동, 유권자들의 민의를 제대로 정치에 반영하는 초정파적 선거제도 개혁운동이 절실하다"라면서 "개헌도 필요하지만, 선 선거제도 개혁, 후 개헌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력구조만 바꾸는 개헌? 부패 기득권 이합집산

그는 최근 이메일 편지인 <하승수의 꿈꾸는 삶 93호>에 이렇게 적었다.  

"권력 구조만을 의원내각제로 바꿀 경우 지역주의 정당들은 '우리 지역도 장관자리 몇 개라도 차지하려면, 우리 지역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충청당, 강원당도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정당들끼리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자리를 나눠가지는 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반면에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먼저 개혁되면,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다당제 구조가 형성됩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므로 진보 정당 상당한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정당득표율이 중요하므로 정책이 강조되는 선거가 가능합니다. 이런 구조가 되면 의원내각제(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게 될 경우에도 정책연합을 바탕으로 한 연립정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한 즈음에 박 대통령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카드'를 꺼내 반전을 노렸다. 보수 재결집, 재집권 시나리오였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일부 정치인들도 개헌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에 부역했던 정치인들조차, '개헌은 차기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대선후보에게 우르르 달려들어 "권력만 탐하는 자"라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죽 쒀서 남 좋은 일 시켜준' 1987년 6월 항쟁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다.    

촛불 민심 반영할 선거 시스템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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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변호사 ⓒ 정대희


"내년이 민주항쟁 30주년 되는 해입니다. 한국 사회는 나아졌는가? 자문해봅니다. 부패 수준은 그대로이고, 불평등은 심각합니다. 환경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성평등 수준도 아직 바닥입니다. 나름대로 사회를 바꾸려고 뛰었는데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시스템을 바꾸기 보다는 시스템의 포로가 됐기 때문입니다. 기득권 세력들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만 운동을 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이번 기회에 죽 쒀서 남 주지 말고 선거제도라도 바꾼다면 행복하겠습니다. 박정희, 박근혜의 쿠데타에 이어 이번에도 부패 기득권 세력의 뒤집기가 성공한다면 광화문을 가득 채운 촛불은 얼마나 실망하겠습니까. 안타깝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잘나갈 수 있는 변호사였다. 이걸 그만두고 참여연대 상근변호사로 활동했다. 참여연대가 잘나갈 때 풀뿌리운동가로 직업을 바꿨다. 그 뒤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녹색당을 창당해 지난 총선 때 종로에 출마했다. 그가 얻은 건 590표. 0.7%의 득표율이지만 목표는 다른 데 있었다. 전국 3%의 득표율을 올리면 비례의원 1명을 배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종로가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의 다른 지역구에서 녹색당 정당 투표 선거운동을 했다.   

박근혜 퇴진 촛불과 개헌론이 소용돌이치는 시대, 그는 다시 '초당파적' 시민운동가로 돌아왔다.

원문보기 :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Ten/report_last.aspx?atcd=A0002266360&srscd=000001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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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득표서 이긴 힐러리의 패배…"문제는 선거제도"

[프레시안 뷰] 52.5% 유권자를 배신한 미국 대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습니다. 11월 9일 밤은 아마도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에게는 절망의 밤이었을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될 것입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를 끊임없이 듣게 될 것입니다. 참 피곤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때문에도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다른 나라 대통령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 중에 하나는 기후 변화 문제입니다. 지난해 12월 전세계 각국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서 합의한 파리 협정이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 상승을 최대한 1.5도에서 막자는 목표에 합의를 했는데, 트럼프는 이 파리협정을 깨거나 재협상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해 왔습니다. 그러니 지구에 사는 시민으로서, 트럼프 당선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짚을 것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불과 47.5% 유권자들의 표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단순 득표 수로 보면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오늘(11월 10일) 아침 8시까지 집계된 득표수를 보면(CNN 개표방송), 클린턴이 5979만6396표를 얻어 47.7%를 득표하고 있고, 트럼프가 5958만9855표를 얻어 47.5%를 득표하고 있습니다. 


▲ ⓒCNN



미국 대선 역사를 보면, 2000년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앨 고어 후보는 조지 부시 후보보다 득표 수에서는 53만7000표 정도 앞섰습니다. 그러나 각 주별로 얻은 대의원 수가 더 중요한 미국의 선거 제도 때문에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조지 부시가 얻었던 득표율은 47.9%였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 제도는 핵심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선거 제도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대의원에 의한 간접 선거 - 주별 대의원 승자 독식(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라는 틀을 유지해 왔습니다.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결선투표제같은 제도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득표 수가 적은 후보가 대통령을 차지하는 기묘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파행적인 선거 결과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산업을 철저하게 대변했던 조지 부시로 인해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더 큰 피해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생명들에게 미칠 것입니다. 

그래서 선거 제도가 중요합니다. 잘못된 선거 제도를 인정한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심리에 가까운 것입니다. 선거 제도를 고쳐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착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선거 제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선거 제도를 고치자는 의견이 높습니다. 2007년 <워싱턴포스트>에서 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 중 78%, 공화당 지지자 중 60%, 무당파 성향의 유권자 중 73%가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 방식으로 바꾸자는데 동의했습니다.


1969년 미국 하원에서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 안이 338대 70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 안은 상원에서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에 의해 좌절되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선거 제도를 개혁하려면, 기득권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숙제가 있습니다. 

선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대한민국에서도 강합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으면서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반에 못 미치는 지지로도 당선되어 100%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지역구 1위 대표제'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 때문에 정당이 얻은 득표율과 의석 간에 불비례성이 심합니다. 역대 총선을 보면, 40% 남짓한 득표율로도 특정 정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해서, 전횡을 저지른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도 선거 제도를 대폭 뜯어고쳐야 하는 국가입니다. 

어쨌든 도널드 트럼프를 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치하에서 4년간 살아야 하는 52.5%의 미국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삶을 위해, 잘못된 정치 시스템을 함께 뜯어고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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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하승수의 틈]나도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1948년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이 조항은 있었다. 그러나 1968년에 태어난 나는 과연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었나? 최근 최순실·박근혜의 민주주의 유린 사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자가 집권하고 있었다. 20살이 될 때까지 나는 자유의 공기를 맡지 못했다. 대학 1학년 때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1987년 12월 전두환의 친구였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노태우의 득표율은 36.6%에 불과했다. 그런데 100%의 권력을 차지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당시 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은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해서 관철시켰지만,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주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 김영삼이 집권했고,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민주주의가 조금씩 자리를 잡는 듯했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은 지키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큰 흐름으로 보면 1987년 이후에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재벌개혁을 얘기했지만, 재벌의 힘은 더 커졌다. 언론개혁을 얘기했지만, 기득권을 가진 언론의 힘은 더 커졌다. 행정개혁과 사법개혁을 얘기했지만, 철옹성 같은 행정관료, 사법관료들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통치의 대상이었고, 국가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서 우리 삶은 더욱 나빠졌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예전에는 없었던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되었다. 부와 지위의 세습 현상이 심해졌고,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수저’를 가르는 ‘수저론’이 등장했다.

    급기야 어느 날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최소한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무너졌다.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예산을 주물렀고, 인사에 개입했으며, 불법모금을 했고, 국가적인 정책 결정에까지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미국의 닉슨 대통령보다 100배는 무거운 잘못을 저질렀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위임한 권력을 엉뚱한 사람들이 행사할 수 있게 한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런 사태를 알고 있었을(몰랐다면 더 문제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물러나야 한다.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대통령을 자기 당의 후보로 내세웠고, 지난 3년7개월 동안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었던 새누리당도 사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상황을 수습하는 수순은 이래야 한다. 먼저 야당과 시민사회가 시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연석회의에서 중립총리·거국내각 구성도 논의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안하는 거국중립내각은 진정한 의미의 거국중립내각일 수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황교안 총리와 장관들의 사퇴를 끌어내고 내각을 구성해야 진정한 의미의 거국중립내각이 된다. 새누리당은 무조건 여기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중립총리·거국내각을 제대로 세운 후에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국정을 농락한 부분에 대해 거국내각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 사임과 조기 대선 실시가 불가피할 수 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임하면 60일 내에 대선을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립총리와 거국내각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조기 대선을 실시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물러나는 것으로 끝낼 상황이 아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비민주적인 정치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제2의 박근혜, 제2의 최순실이 나올 수 없는 정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연석회의는 거국내각 구성 등의 현안뿐만 아니라 정치개혁도 논의해야 한다. 논의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대부분의 정치 선진국이 택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가 잘되고 부패가 없으면서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국가들은 대부분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이 배분되는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존재하는 이상, 결선투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를 바로잡는 것은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전제조건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헌법 개정이다.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체제로는 헌법 1조 1항의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없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 과정을 거쳐 보다 민주적이고 분권화된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리하면, ‘중립총리·거국내각 구성 → 조기 대선 → 선거법 개정 → 헌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2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물론 권력을 가진 쪽에서는 저항할 것이다. 거대야당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은 시민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302042015&code=990100#csidx6c0795589e595dfa77d2502dad6c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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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주장]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

    시민 참여 절차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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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정연설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연설을 통해 개헌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에는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개헌카드를 꺼내든 속셈은 뻔하다. 그런데 뻔해 보이는 이 속셈은 매우 위험한 계산을 복선으로 깔고 있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최순실 등 연일 터져나오는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개헌이라는 '블랙홀' 이슈로 덮겠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 계산만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실제로 개헌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자신의 제안이 야당 일부를 흔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대통령을 한 번 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 제128조 제2항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헌을 전제로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후에도 정치를 계속하면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장기집권을 노리는 것이 가능하다.

    모델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라는 권력구조는 일단 대통령의 권한을 지금보다 약화시키고, 총리가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게 하는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모델의 국가로 러시아가 있다. 러시아의 푸틴은 이 제도를 이용하여 8년 동안 대통령을 한 후에, 4년 '실세 총리'를 하고, 다시 대통령을 하고 있다.


    야당, 어정쩡한 입장 가지고 끌려가면...

    박근혜 대통령이 2018년 2월에 퇴임을 하더라도, 이런 모델을 상정하면 상당한 정치적 지분을 행사할 수 있고, 2020년 총선 이후에는 '실세총리' 정도를 해보겠단 생각도 할 수 있다. 중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바꾸면, 대통령을 한 번 더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속셈은 뻔하다. 그렇다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략적 개헌 추진 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선을 그어야 한다. 문제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데 있다. 

    그동안 야당 일각에서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제기해 왔다. 정세균 국회의장, 김종인, 박지원 등의 정치인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 왔다. 최근에는 손학규 전 대표도 개헌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기도 했다.

    벌써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임기 내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우리 당의 다수 의원들도 개헌을 찬성하고 있고, 또 개헌특위 구성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논의는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처럼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논의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가지면서 끌려들어가면, 정말 개헌은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기사 관련 사진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기동민 의원 등이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남소연

    야당의 기득권 정치인들이 개헌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권력을 나눠먹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면서, 개헌에 대해서만 관심을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권력구조를 바꾸려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없이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면, '제왕적 총리'도 가능하다.

    지금 일본의 아베 총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유권자 다수의 뜻과 무관하게 원전을 재가동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2014년 중의원 총선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가 얻었던 득표율(자민-공명 연립여당의 득표율)은 46%대였지만, 자민당이 40%대 득표율로도 지역구 선거를 휩쓸면서 68%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베총리는 장기집권의 길로 들어섰다.

    좀 더 과거로 가면 영국의 대처 전 총리를 생각해 보면 된다. 대처 전 총리는 무려 12년간 집권하면서 영국사회를 신자유주의 방향으로 몰고 갔다. 민영화를 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일방통행식의 정책을 펼쳤다. 대처 총리의 정책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그가 행사한 권력이 대통령보다 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면서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선거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는 모범사례로 얘기되는 독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모두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의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이런 선거제도를 통틀어서 정당득표율과 의석을 연동시킨다는 의미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한다면, 이 제도가 전제가 되어야 의원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제대로 작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만 개헌을 해도, 누군가가 독재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장치없이 권력구조만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임기내 개헌'이라는 일정은 거부해야 한다

    그래서 야당들에게 두가지 입장정리를 요구한다. 야당들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결국 주권자인 시민들이 이 두가지 입장을 관철시키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우선해야 한다. 4년 중임제 대통령제는 8년 독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의원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런 권력구조가 민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선거제도 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방안이며, 선거제도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한 제도로 증명되었다. 이제는 이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둘째, 개헌의 내용 이전에 개헌의 절차부터 논의해야 한다. 정치권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절차를 설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헌법개정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은 늘 소외당해 왔다. 국민들이 그저 정치권에서 만든 개헌안을 놓고 찬성투표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오산이 될 수 있다. 

    이번 개헌은 개헌 논의의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적 절차를 밟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임기내 개헌'이라는 일정은 거부해야 한다. 야당들은 이 두가지 점을 분명하게 하기 바란다.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5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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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국을 묻다-하승수]“우리의 삶, 우리가 결정해야 민주공화국”

               

    ㆍ“생활 속에서 우리는 주인으로 살고 있나요? 주어진 대로 살고 있나요?”
    ㆍ “자본이 다스리는 과두정을 시민이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으로”

    하승수 변호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승수 변호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기획 특별취재팀은 지난 7~9월 지식인 40여명과 기획 자문을 겸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싣습니다. 게재 전 보완 과정을 거쳤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변호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는 물음에 “우리의 삶과 일상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자본의 눈치를 보는 나라가 됐다고 진단했다. 물과 공기, 먹거리, 에너지 문제마저도 자본권력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우리가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선 시민들이 작은 생활단위에서부터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기획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는 주제를 던져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두정이라고 봐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사회죠. 근본적으로 보면, 재벌, 기득권 정치세력, 행정·사법관료, 기득권 언론들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처럼 원시적이고 비민주적으로 통치를 하는 권력이 일시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기도 하구요. 어떤 나라가 민주공화국인가를 분석해 볼 수 있는 여러 틀이 있는데, 먼저 ‘누가 지배하는가’의 관점이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은 다수의 국민들이 참여해서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인데 지금 과연 누가 결정하고 누가 지배하고 있죠?

    정치시스템 말고 일상 생활에서 한번 생각해보죠. 물이나 공기 등 우리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실제 어떻게 결정되고 있는지, 우리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생활 속에서 우리는 주인으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주어진대로 먹고 살고 있는지요. ‘소비자주권’이라는 말도 하지만 결국 자본의 논리때문에 노동자도 소비자도 다 대상화 될뿐 소외되고 있습니다.

    제헌헌법이 실린 대한민국 30년(1948년) 9월 1일자 관보

    제헌헌법이 실린 대한민국 30년(1948년) 9월 1일자 관보


    역사적으로 접근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해방 이전 임시정부에서 꿈꾼 대한민국의 모습이 있죠. 가장 잘 나와있는 것은 1948년 제헌헌법입니다.

    제헌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자유, 평등과 창의를 존중하고 보장하며, 공공복리의 향상을 위해 이를 보호하고 조정하는 의무를 진다”고 명시했습니다.

    제18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제87조는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고 했어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강조했던 헌법이었던 거죠. 그런 정신만 잘 실현됐어도 지금 우리사회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제헌헌법은 이승만 쪽을 빼고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대체로 합의했던 공화국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꿈꿨던 공화국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고 변질됐습니까?

    알권리의 실태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최소한의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 3.0’을 한다는데 ‘정보 1.0’도 안되고 있어요. 시민들이 정보를 찾으려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습니까.”


    -임시정부에서까지 민주공화국을 꿈꿨는데 지금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저해요인을 꼽아본다면요.

    “행정부나 사법부가 예전에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국가권력이 자본의 영향에 좌지우지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자본의 영향을 받는 게 심해졌어요. 새만금 토건사업 문제도 토건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정책이 엉망이 된 거에요. 4대강도 마찬가지죠. 국가 의사결정이 자본에 의해서 좌우된 겁니다. 원전문제라든지 이명박 정부 때 대량허가가 난 석탄화력발전소 등등…자본의 이익에 맞춰 에너지와 먹거리 문제까지 결정됩니다. 유통 마켓도 대형 재벌회사가 장악하고 있죠. 우리의 일상, 먹는 것과 전기, 마시는 물까지도 이제는 자본아래 다 넘어가 버리는 현상이 점점 심해졌어요.

    언론의 경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15년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 자본과 언론의 힘이 커진 것이 민주공화국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자본의 힘이 가장 강하고 자본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인데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권자와의 거리도 멀잖아요. 거대정당들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굴러가니까 견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거죠.

    ‘민주주의 지수 평가’라는 게 있는데 잘되는 나라는 대체로 다당제 정치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선거제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다당제 시스템을 하면 정치가 불안정해진다’는 이상하게 왜곡된 논리가 퍼져있어요. 미국이나 한국처럼 거대정당의 양당제로 굴러가는 나라가 더 불안하죠. 그러나 헌법학자, 정치학자들도 출처불명의 논리를 들고 나와 양당 시스템을 정당화시키는 이데올로그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기획에서 잘못 알고 있는 민주주의상식. 왜곡된 점들도 짚어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월 25일 경북 고령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위로 물고기 한 마리가 떠다니고 있다. | 이상훈기자

    지난 8월 25일 경북 고령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위로 물고기 한 마리가 떠다니고 있다. | 이상훈기자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의원 등이 공화국과 공화주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공화주의 얘기를 하는 것은 좋은데, ‘공화국’ 앞에는 반드시 민주라는 말이 붙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은 사실상 민주국가가 아니라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정 상태인데, 자칫 ‘공화주의’만 강조하면 ‘소수 엘리트가 사회 공공선을 실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이 공동체의 이익이고 가치인지도 시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려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15년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한·미FTA죠. 우리 주권이 양도되는 조약인데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만들어졌어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큰 문제에요. FTA는 한번 체결되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지만 체결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의사결정과정에 국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국정원 대선불법개입사건도 그렇습니다. 국가권력이라는 것이 최소한 지켜야 할 기준이나 원칙이 있는데 무너졌어요. 정보기관을 포함해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최소한의 중립성이 무너진 사건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에라도 민주공화국이 되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의민주주의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세계 최악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해 2월에 독일식에 가까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전면개편하자는 제안을 냈습니다. 보수적인 공무원들이 보기에도 한국의 선거제도는 엉망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선거제도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단계에선 직접민주주의의 경험과 무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시민들이 작은 생활단위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결정에 참여하는 경험, 시민들 스스로 공동체의 가치를 찾아내야 하는 거죠. 누가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요. 지자체에서 참여예산제도 등 여러가지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까진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런 변화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4월 11일 20대 총선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율동을 펼치고 있다. | 정지윤기자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4월 11일 20대 총선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율동을 펼치고 있다. | 정지윤기자

    개헌 얘기할 때 자꾸 권력구조만 말하는데 이제는 지금 하고 있는 대통령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분도 있지만, 4년 중임제란 8년 독재를 할 수 있는 것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4년 중임제를 하고 있지만, 큰 탈 없이 하고 있는 것은 그 제도가 좋아서가 아니라 국회 권한이 우리보다 세고 연방제를 하면서 주정부 권한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대통령이 나라를 완전히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독재까지는 못가는 거죠. 우리나라는 좀 달라요. 굉장히 위험합니다.


    개헌에 대해 자꾸 중앙에서 힘있는 사람들끼리 권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만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다른 논의를 해봐야 해요. 우리나라는 국민발안 제도가 없고, 국민투표도 대통령만 발의할 수 있도록 돼있다잖아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국민투표제를 굉장히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전 문제나 통상정책 문제도, 안전에 관한 문제도 국민들이 참여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배제돼있습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했는데 우리나라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저는 시민들의 참여 기회를 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120838001&code=940401#csidx14cbf71e97dd7c184d588746ebcd5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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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하승수의 틈] ‘트뤼도’같은 대선후보는 없나

    [하승수의 틈]‘트뤼도’같은 대선후보는 없나

     캐나다의 현 총리인 ‘저스틴 트뤼도’ 같은 사람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그의 젊은 나이나 잘생긴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과감한 정치개혁 의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트뤼도는 아버지가 총리를 지낸 ‘금수저’ 출신이지만, ‘부자증세’를 내걸고 2015년 캐나다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그가 속한 자유당은 39.5%를 득표했지만, 캐나다의 소선거구제 선거방식 덕분에 54%의 의석을 차지했다. 캐나다의 선거제도는 비례대표가 전혀 없고, 100% 지역구 선거로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단순다수 소선거구제’ 방식이어서 득표율에 관계없이 1등을 하면 무조건 당선된다. 이런 선거제도 덕분에 트뤼도는 39% 득표로 과반수를 차지해 100%의 권력을 획득했다.

    그런데 트뤼도는 이런 캐나다의 선거제도를 전면 개혁하겠다는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캐나다의 선거제도에서는 40% 정도만 득표하더라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데, 이것은 나머지 60% 유권자들의 의사가 무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선거제도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에 치르는 다음 총선 전까지 캐나다의 선거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 트뤼도의 공약이었다. 실제로 트뤼도는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 정치판이 들썩이고 있다. 보수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선호하기 때문에, 트뤼도의 개혁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트뤼도는 선거제도 개혁을 담당할 장관을 임명하고, 올해 12월1일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담당 장관은 캐나다 전역을 돌면서 시민들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녹색당도 트뤼도의 개혁시도에 힘을 싣고 있다. 1983년 창당한 캐나다 녹색당은 잘못된 선거제도 때문에 고전을 하다가, 2011년이 되어서야 단 1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그 유일한 국회의원인 엘리자베스 메이 캐나다 녹색당 대표는 최근 “이것은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한 이후에 가장 중요한 민주적 개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의 시민사회도 트뤼도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공정한 투표, 캐나다’ 같은 시민단체들은 이 기회에 독일, 뉴질랜드와 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특히 1993년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꿨던 뉴질랜드의 경험이 이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트뤼도는 장관 임명에서도 파격을 보였다. 30명의 장관 중에서 여성을 15명으로 했다. 장관 중에는 장애인, 성소수자, 시크교도, 원주민, 난민 출신도 포함됐다. 트뤼도는 이렇게 내각을 구성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15년이니까”라고 단순명쾌하게 대답했다.

    비민주적 선거제도를 갖고 있는 또 다른 국가들인 대한민국, 미국, 일본에서는 정치시스템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조용하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 유명한 미국은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닌 후보들에게 TV토론 참여 기회마저도 주지 않는다. 대통령을 뽑는 대의원을 1명이라도 더 확보한 쪽이 모든 권력을 획득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40%대의 득표를 한 대통령이 100% 권력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슷하다. 지역구에서 다수의 국회의원을 뽑고, 일부 비례대표를 덧붙이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사이비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소선거구제와 다를 바 없다.

    2014년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아베 총리의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은 46%가 조금 넘는 정당득표율을 얻었지만 68%가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일본의 잘못된 선거제도 덕분이다. 그 결과 아베 총리는 원전을 재가동하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일본 유권자들은 아베 총리를 지지하지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4·13 총선의 결과로 ‘여소야대’가 형성된 것은 유권자들이 만들어준 예외적 결과이다. 한국에서도 40% 안팎의 득표율로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적이 많았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득표율로 300석 중 152석을 차지했다. 2008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37.5%의 득표율로 153석을 차지했다. 2004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38.3%의 득표율로 152석을 차지했었다.

    이런 시스템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단지 국회의석의 분포만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나라일수록 유권자들의 의견이 정부의 정책에 잘 반영된다. 평등의 가치가 더 잘 실현되고, 기후변화 같은 생태위기에 대한 대처도 더 적극적이다. 이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문제를 푸는 길이기도 하다.

    대선 때가 되면 모든 대선후보들이 ‘정치개혁’을 얘기한다. 그러나 기존의 잘못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의지 정도는 있어야 ‘정치개혁’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대선후보라면, 트뤼도 정도의 과감한 의지는 있어야 할 것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092043005&code=990100#csidx3665f0ef6d6d2ed94d4cff107f03c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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