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저는 영화를 만들고 동물보호 운동을 합니다"

이처럼 간결한 자기소개가 또 있을까. 2016년 지난 총선에 초록색 피켓을 든 사진과 함께 임순례 님의 SNS에 올라온 글이다. 그 글의 끝에는 #녹밍아웃(녹색당 지지 선언)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어있었다. 그녀는 2017년 대선에서 문화예술인 450여 명과 함께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 선언에도 앞장섰다. 이유는 간명했다. 정의당이 심상정 대선 후보를 앞세워 내건 정책(사드 철회, 탈원전, 동물권 헌법 명시 등)에 동의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다. 그녀는 영화를 만들고 동물보호 운동을 하면서 총선이든 대선이든 선거마다 본인의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현재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만들고 있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임순례 님을 만나봤다.


요즘 영화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리틀 포레스트>라는 일본 원작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4계절이 전부 등장하는 영화다. 겨울부터 시작해서 봄까지 마쳤고 이제 여름과 가을만 남았다. 주연 배우도 1명뿐이고 맨날 농사짓고 자전거 타고 밥 해 먹고 극적인 사건은 없는 이야기라 한국에서 될까 싶지만. 일단 저예산으로 시작해서 들인 돈만 빼자는 심정으로 만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대표로도 알려져 있으신데. 지난 대선에서는 역대 대선 중 동물권 관련 정책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전 대선에도 동물권 정책을 각 후보에게 똑같이 제안했었는데 거의 답이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홍준표 전 후보만 빼고 다 적극적이고 이전보다 진전된 답변을 주셔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급진적인 정책은 헌법에 동물권을 넣겠다는 심상정 전 후보였다. 단계적으로 개 식용을 철폐하겠다고 말한 유승민 전 후보의 정책도 의외였다. 문재인 현 대통령은 과하지 않은 수준으로 받아들이긴 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실생활에서 가장 친 동물적인 분이라 기대되는 부분도 없진 않다. 반려동물도 있으시고, 유기견을 청와대에 데려가겠다는 약속도 지키시고. 물론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동물권과 동물 복지 향상은 다른 것이지만. 그래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기대가 크다.


동물권 정책으로만 봤을 때 심상정 전 후보가 가장 개혁적이었는데 6% 선전으로 그쳤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유권자의 사표 심리에 대한 의식도 무시 못 할 것 같다.

물론 유권자들이 스스로 인식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유력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대놓고 사표 심리를 거론한 것은 굉장히 무례했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에도 가치라는 게 있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소신도 있는데. 사표 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선을 겪으면서 소수정당인 정의당이나 녹색당이 한국 사회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선거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대선은 끝났으니 이제부터가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국회에서 법과 정책으로 다뤄지는 부분도 있을 테니. 카라에서도 법·제도 개선 활동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국회 대응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어쨌든 동물 관련 이슈는 다른 이슈에 비해서 항상 밀린다. 사람에 관련된 복지나 의제가 우선순위가 되면서 중요한 순간에는 뒤로 밀리게 된달까. 그런 점이 늘 아쉽다. 그나마 20대 국회는 과거보다 국회의원 개개인 중 동물에 관심 있는 분이 많아졌다. 동물복지포럼에 가입한 의원 수도 많아지긴 했고. 하지만 개인적 관심도보다 집권 여당이나 의석수가 많은 곳에서 주도적으로 밀고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동물 복지가 사람이 아니라서 밀리는 게 아니라 사람과 연관된 정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래야 각 정당에서도 우선순위를 갖게 되고 결정적인 순간에도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올해 네덜란드도 총선을 치렀다. 네덜란드에는 동물을 위한 정당이 있는데 지난 번에는 2석이었는데 이번에 5석으로 늘었다. 소수정당이라고 해도 색깔이 분명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면 국회가 조금 더 달라질 텐데. 한국 정치와 국회에서 소수정당은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시는지?

소수정당이 가진 가치라는 것이 결국은 다수 정당 구도 속에서 늘 후순위로 밀리고 양보와 헌신은 정작 의석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수정당의 참신하고 개혁적인 정책은 주요 정당에 도용되거나 세탁되기도 하고. 물론 어느 식으로든 쓰이면 좋긴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소수정당의 비판적 목소리에 대해 그런 식으로 하면 다음에 정당 투표 안 준다는 식의 태도를 보고 참 마음 아팠다. 무슨 표를 그런 식으로. 한 표의 무게는 똑같은데 소수정당을 대하는 태도가 참...

국회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보면 중요 국가 정책에 있어서 자기 판단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자기 지역구의 이익과 유권자들의 눈치 보기가 너무 극심하다. 이것이 한국 정치에 있어서 너무 지역 이기주의로만 계속 가게 되다 보니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한 중요한 가치들을 개선해 나가는 데 굉장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빨리 도입되는 것이 한국 사회의 개혁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 제도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선거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승자독식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굉장한 다양성이 존중되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소수정당에서 내세우는 가치들의 우리 생활에 불필요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다 묻혀버리고 사장되어 버리는데. 그 제도를,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선택이 묻히지 않고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유효한 선거제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그런 다양성이 한국 사회에 활력을 주고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더 확장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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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쓸까 고민하는 임순례 감독님 ⓒ비례민주주의연대


국회에서 가장 바뀌었으면 하는 법률이 있다면?

우선 희한한 게 제 주변에는 다 녹색당 찍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내 주변은 다 심상정이었다(웃음). 녹색당이나 정의당이나 소수정당은 결국 아까 말한 데로 사표 심리가 크다. 과연 의석이 없는데 수권 능력은 있는지 이런 걸 계속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 물론 메인 정당에서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경제나 재정 수치도 중요하지만, 원전, 기후 문제, 동물 복지 등 그동안 도외시해왔지만 우리 사회에 중요한 가치들을 소수정당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 가장 사회적 소수 집단인 동물,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외면받았던 집단들. 이 집단들과 관련된 법률이 국회에서 높은 중요도로 빨리 처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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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인터뷰의 4번째 인증샷 ⓒ비례민주주의연대


채식하신다고 들었다. 채식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개 식용 문제도 그렇고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다. 결국, 먹거리도 정치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한국 사람들이 먹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 '니들이 왜 나 먹는 것까지 건드려?' 이런 심리랄까. 개 식용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돼지는? 소는?' 이런 반응이 일반적이다. 영화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밥차에서 식사해야 할 때가 많다. 내가 채식하는 게 알려져서 밥차에서 꼭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요리를 해 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 전혀 채식을 안 하는 친구들이 호기심에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보기도 하는데, 막상 먹어보면 괜찮다는 반응이 많다. 그걸 보면서 일반인들에게 채식에 대한 강요보단 더 자주 접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제일 어려운 건 회식이 아닐까. 고기 없이 소주 마시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배달문화도 마찬가지다. 치킨은 너무나 손쉽고 저렴해서 익숙한 안주거리이다. 회식과 배달문화 때문에 손쉽고 값싸게 고기를 접하게 된다. 채식 안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 많아져서 채식을 접하는 게 자연스러운 운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기 없이도 술을 마실 수 있다. 경험을 해보면 몸이 가볍고 편안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채식 식당이 늘어난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결국, 먹거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과 선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풀리지 않는 지점이 있을 테니까.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동물 운동 판에도 사회 문제 의식을 가진 젊은 친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 같은 사람을 동물 운동 1세대라 보면, 이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려 한다. 동물 운동 판도 세대교체가 생기면 정치에 대한 참여율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


진행|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김푸른(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재구성|복코(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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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선거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에는 운영위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모임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운영위원이지 매월 정기적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정치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고 떠들고 있다. '한국의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뭐라도 해보려고 마음과 시간을 내어 애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설명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어찌어찌 모이게 되다 보니 구성원의 성격도, 정체성도 제각각이다. 정치를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부터 정당 활동가, 마을 활동가, 대학교수, 시민운동 활동가, 반백수, 정치 스타트업 노동자까지.

알음알음 지인의 소개로 혹은 어디에선가 정보를 듣고 자신의 관심사를 쫓아 모인 사람들이 벌써 스무 명 남짓 되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무슨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 같다. 그런데 아니라고도 못 하겠다. 활동도 피라미드처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일상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더 많은 사람과 '선거 제도'를 둘러싼 문제와 고민거리를 나누기 위해 열심히 떠들고 있다. '한 명이라도 설득하자'를 모토로 일상과 활동의 줄다리기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들이다. 그중 줄다리기가 왠지 유난히 팽팽해 보이는 이를 먼저 만나봤다. 왜냐하면, 그녀는 무척 바빠 보였기 때문인데 알고 보니 진짜 바빴다.

그녀는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뿐 아니라 성공회대 녹색당 여성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학내 여성의 날 행사나 달빛 시위 등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녀는 짬을 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 주말이 되면 촛불을 들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학내 성명서를 작성하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페이스북에라도 목소리를 높여야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여성이자 과거에는 탈학교 청소녀, 현재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자신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 주는 정치적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푸른 님을 만나봤다.


ⓒ비례민주주의연대


얼굴도 아는 사이끼리 인터뷰하려니까 뻘쭘하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믿고 진행해보겠다. 페미니즘 이슈, 정당, 선거제도 개혁 등 여러 영역에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다양한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었나.

이렇게 바로 시작하나(웃음). 일단,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하루도 불편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외부 활동 등을 하면서 항상 불편한데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대학 입학 이후 페미니즘을 만나면서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명확하게 이해되었고, 더 명확하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여성은 술자리에서 긴장해야 하고, 밤길을 걸을 때 두려움에 떨게 되고, 성희롱/성차별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철저히 권력 관계의 문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불평등하고 안전하지 않은 문화는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 문화를 허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조직적으로 구성된다면, 옳지 않은 문화를 누구든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선거제도 개혁 활동도 같은 맥락에 있다. 2016년에 녹색당에 가입하고 총선을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녹색당이라는 정당을 알고는 있었는데 입당을 해서 당비를 내는 것은 고민되더라.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한국 사회는 정당 활동을 하기가 쉬운 사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붙는 꼬리표도 많고 특이하게 여기기도 한다. 현재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아무나 정당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런 맥락에서 녹색당은 여성 당원 비율도 높고 활동에 대한 문턱이 낮았다.

학내에서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활동하면 이렇게나 기분이 좋거든요 ⓒ비례민주주의연대


정당 활동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구성된 20대 국회를 보면서 주변에 들뜬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나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지'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총선 때 녹색당은 5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냈는데 정당 득표율은 0.76%에 불과했다.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수치를 보고 쿵 하고 얻어맞은 것 같았다. 녹색당의 탈핵, 기본소득, 동물권 등의 의제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았는데 공감을 못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시기에 스스로 질문을 참 많이 했다. 기득권은 이렇게나 공고한데 대체 언제쯤이면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 들어가고,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언제쯤 정치적 대표자를 가질 수 있게 될까. 구조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선거제도라고 생각한다. 현재 선거제도는 정치적 비례성이 존중되지 않는다. 지역 기반의 거대 양당이 독과점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비례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어떤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는 다양한 선호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회가 여러 무늬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 색깔이 국회에 골고루 들어가는 것을 '정치적 비례성'이라 이해하고 있다. 사회의 절반이 여성이면 국회에 최소한 절반은 여성이어야 하지 않나. 성 소수자, 장애인은 사회에 존재하는데 이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적거나 없다. 사법부, 언론, 행정, 검찰 등 개혁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그중 많은 부분은 결국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좋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거제도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즉 정당 투표가 정치적 대표성이 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정당 내에 농민 출신으로 농민을 대표하는 사람, 여성 단체 활동가, 청년을 대표하는 당사자 등이 비례 대표로 국회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쟁점이 명확한 의제와 관련해서도 그 분야의 전문가, 시민이 원하는 정책에 부합하는 사람이 비례 대표를 통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우리의 선거는 후보 자체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가 부족하다. 후보의 유명세, 학력이 아닌 어떤 목소리를 내고 살아온 사람인지, 어떤 의제에 관심 있고 누구를 대변할 수 있는지, 대화할 준비는 되어 있는지 등이 중요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나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이 배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사가 국가의 대표나 정책에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시민들이 효과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통로가 있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짜이는 것. 기득권이 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부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 지금의 선거제도가 이런 것들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각 정치적 경험에서 본인의 의사가 얼마만큼 반영되고 있다고 느끼는가.

청년, 특히 젊은 여성의 말은 나이든 권력 남성보다 묵인되는 경우가 진짜 많다. 내 정체성이 '어린 비혼 여성'으로 여겨지면서 발언권의 무게감이 얕게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학내 토론이나 작은 규모의 회의에서도 그렇고 외부에서 발언 기회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늘 내가 했던 말 자체보다는 '여성', '나이'가 먼저 언급된다. '어린 여성이 기특하네', '나이가 어린 것 치고 대단하네' 이런 식이다. 말의 무게가 다른 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 과거에는 나의 카리스마 자질 부족을 의심하면서 기가 죽은 적도 많았다. 지금은 가부장적인 것이 권력을 많이 얻는 사회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일상에서도 이런데 정치는 더 심한 것 같다. 대선 주자 혹은 국회에서 청년 정책, 여성 정책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나의 목소리나 의제는 남들이 봤을 때 과격하게 운동을 해야만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탈학교 청소녀였나? 전혀 몰랐다. 어떤 고민을 하면서 그만 두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는데 일단 본인의 의지가 가장 컸다. 부모님은 반대하셨지만 학교와 가치 충돌이 컸다. 남들이 보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성적표를 칠판에 붙여 놓거나, 일정 점수를 받지 못하면 체벌한다거나, 선후배 위계질서 등이 견디기 힘들었다. 학교에 남아서 목소리를 내면서 바꿔볼까도 잠시 고민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자퇴를 한 것 자체가 할 수 있었던 하나의 표현이자 운동이었던 것 같다. 자퇴를 선택함으로써 우리 문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학교 선생님도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삼았던 것 같다.


그럼 자퇴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나.

굳이 자퇴라는 결정을 한 것은 아마 스스로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남들이 가는 안정적인 길을 가지 않았을 때 받는 시선을 감내할 수 있는 자신감 같은 것이랄까. 주변에서 보내준 지지도 큰 힘이 되었다. 혼자서 공부하는 기간을 어느 정도 갖다가 대안학교에 들어갔다. 자퇴보다는 오히려 현재 대학으로 편입을 결정할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새로운 관계를 다시 맺고 만들어진 곳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까.

나는 탈학교 청소녀였고 비인가 고등학교인 대안학교를 나와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현재는 검정고시를 봐야 고등 교육이 인정되는 구조다. 대안학교에서 받는 교육 과정은 현재 정부의 인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탈학교 청소녀/소년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선도 강하다. 우리 사회의 탈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보호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일반 공교육이 삐뚤어져서 자퇴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 탈학교 청소녀/소년에 대한 지원, 공교육의 변화를 꾀하는 것도 정치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교육 이탈자라 그런지 교육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교육 외에도 관심 있는 사회적 문제가 있나.

요즘에는 대학 구조 개혁 문제에도 관심이 있다. 대학도 등급을 매기니 그 틀에 맞춰서 과정을 바꿔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정해진 기간 내에 빨리 해결해야 하니까 학생들과 소통할 수도 없고. 정치에서 교육이 어떻게 사람을 기르고, 학교의 본질은 무엇인지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럼 최소한 경쟁을 유발하며 줄 세우기를 하는 정책은 탈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친구랑 '만약 우리가 하나의 법을 통과시킬 수 있으면 뭐가 좋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자기는 '1인 1집'을 정책으로 만들고 싶단다. 한 사람에게 하나의 집을 무조건 주는 정책이란다. 청년들의 주거 불안정,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할 수 없는 어려운 규모의 집세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청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치에 흥미 있는 사람들은 '청년 세대의 목소리', '청년 정책' 같은 화두를 자주 언급한다. 그러나 정작 정치적으로 동원되거나 정책에 활용되는데 그치는 경우도 많다. 농민, 여성, 청년 당사자가 국회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청년 당사자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청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나?

나이가 어린 정치인이 늘어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 분야에서 주거, 노동 등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청년 정치인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청년을 길러내는 것이 기성 정치인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청년'이라는 틀은 굉장히 크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동등한 경쟁자를 대하는 느낌보다는 얼러주면서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시선이 더 강하다. 더불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훈련도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은 정치인 양성 시스템이 거의 부재하다. 독일 등의 유럽 국가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인을 길러내기 위한 훈련을 한다고 한다. 정당의 정치인 양성 교육, 혹은 청년 위원회 등 정당 내 청년 기구를 통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청년이 국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탁금 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기탁금이 1500만 원인데, 15%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돌려받을 수 있다. 기성 정당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현재의 구조에서 15% 이상을 올릴 수 있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청년이 정치에 당사자로 진입하기 위한 문턱이 너무나 높은 것도 문제다.


(밑도 끝도 없이) 정치란 뭘까.

정치는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밥 먹여 주는 문제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는 밥을 먹여주려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지 않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이미 밥을 잘 먹고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놓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변호사, 의사, 교수 출신이고 평균 연령 58세에 남성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이미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과연 사람들의 의제에 귀를 기울일까 싶다.

이번 촛불 집회에 정말 많은 사람이 나왔는데 진짜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나온 것은 아니라 본다. 세월호 유가족, 학생, 농민 등 각자가 인간답게 살 세상, 자신이 바라는 대한민국, 정치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막는 것을 넘어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고 했지만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의민주주의 국가라면 최소한 자신의 정치적 대표는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헌법 1조대로 국가가 운영되게 만들려면 우리의 현실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고 그것에 필요한 제도를 요구해야 한다.

100인 인터뷰의 첫번째 인증샷 ⓒ비례민주주의연대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자기 삶의 화두나 고민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

계절을 즐기기에 여유가 너무 없다. 학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와중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정치 활동에도 발을 걸치고. 의제는 넘쳐나고 활 할 일은 많고 그래서 그냥 마냥 놀러 다니고 싶은 마음도 드는데. 그러기엔 앞으로 잃을 것이 너무 많은 느낌이다. 잘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연대, 활동들이 모여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생각은 그렇게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안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진행|신나희(비례민주의연대 운영위원)

속기·재구성|복코(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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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0. 투표권이 있다고 공정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겠다. 기원전 5세기 경 그리스 아테네를 기원으로 삼으면 그 역사는 무려 2,500년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17~18세기 시민 혁명을 통해 자리 잡은 근대 민주주의이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길어야 400년 정도 될 것이다.

이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두 가지 사건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보통 선거권의 쟁취일 것이다. 1776년 독립선언을 한 미국에서는 백인, 남성, 21세 이상, 납세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했다. 흑인, 여성, 20세 이하, 일정 규모의 재산을 갖지 못한 자는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없는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9세기 말부터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여성 참정권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 되었지만 온전히 정립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등과 자유를 민주적 가치로 내건 시민혁명의 국가 프랑스조차 남녀가 평등한 참정권을 갖는다고 명시한 것은 1946년이다. 보통선거권의 쟁취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은 OECD 35개 국가 중 유일하게 만 18세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 과정은 이처럼 보통 선거권의 확대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국회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 결정하는 선거제도이다. 20세기 초반 보통선거권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선거제도에 대한 선택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소선거구 1위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를 선택했다. 스웨덴, 핀란드, 벨기에, 독일 등의 국가들은 정당득표율대로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이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했다.

 

이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서로 다른 선거제도는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을까?

먼저 복지 국가계의 원조 격인 영국을 보자. 2차 세계대전 직후 총선에서 승리한 노동당은 사회보장체계 개혁에 나서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계의 명언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이 장기 집권하게 되면서 이 명언은 흘러간 유행어로 전락해버린다. 마거릿 대처 정권은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장장 12년 동안 집권하면서 복지를 후퇴시키는 방향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교육·의료와 같은 공공분야의 국고 지원을 삭감했다. 철저히 신자유주의 경제 원리에 입각한 정책들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보수당은 무려 12년 동안 단 한번도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지역에서 1등만 하면 당선될 수 있는 소선거구제 1위대표제 덕분에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해도 과반수의 국회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영국은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다. 2015년 총선에서 고작 36.8%의 득표율로 보수당은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 결과 영화 <,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다루는 비인간적이고 관료적인 복지 시스템처럼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정책은 현재 영국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영국의 사례처럼 소선거구 1위대표제 선거제도는 득표율과 의석 비율간의 불일치(불비례성)을 초래한다. 그 결과 국회는 거대 양당 중심으로 채워지고, 선거를 거듭할수록 기득권 중심의 구조는 더욱 견고해진다. 흔히들 양당제에 비해 다당제가 더 불안정한 정치 지형을 가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다. 강력한 양당제 국가인 미국만 봐도 어느 쪽이 과반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다. 게다가 지역구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의 공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맥, , 명성 등에서 유리한 사람들로 국회가 채워지기 쉽다. 국민의 대표성은 개뿔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들은 어떨까

상대적으로 행복도가 높고, 덜 부패하고,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순위에 있는 국가들은 겹친다.


물론 선거제도 하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닐 테지만. 적어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를 구성하고 다당제체계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은 주의 깊게 살펴볼만 하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이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에서는 어느 한 정당이 독주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당간의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여러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 또한 불가피해진다. 연립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당들 간의 협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정당은 인물이 아닌 정책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선택이 그대로 국회에 반영된다. 소선거구 1위대표제에서는 1등을 제외한 선택은 모두 공중에 사라진다. 1등을 반대하는 사람이 과반수를 넘어도 1등이라 당선된다. 그러나 정당이 득표한 만큼 국회 의석을 나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사표 심리 때문에, 차악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 유권자의 선택이 왜곡 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이처럼 선거제도는 정치 구조와 사회의 행복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들 한국은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루어졌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달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에 도달하긴 한 걸까?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치적 대표성을 사회 구성원에게 두루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나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대표자가 지금 국회에 있는가? 다수결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엄연히 한국 사회에서 다수로 존재하는 여성, 노동자, 자영업자, 청년 등의 선호와 이익은 정치 과정에 반영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국민들의 평균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기대하는 건 허황된 꿈만 같다.

그래서 일단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믿는 사람들 몇몇이 모였다. 모여서 셀럽부터 백수까지다양한 유권자들의 선거와 정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수집해보려 한다. <100인의 시민, 선거를 말하다>를 통해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 더 나아가 우리 삶에 어떻게 일상적으로 접속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선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널리널리 알리고자 한다. 선거제도 그 자체로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는 없다. 다만 정치 게임의 룰인 선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정치 않다면 뜯어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최초로 시작한 국가, 벨기에의 학자 빅토르 동트(Victor D'hondt)는 비례대표제 시행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투표권이 있다고 공정한 것은 아니다


작성 : 비례민주주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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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선거제도 개혁 원한다", 연세대에 붙은 '팩트폭격' 대자보

지난 25일 교내 게재, 

'대통령 1인 정치 벗어나 민주주의 실현해야' 주장


"우리는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한다."

지난 25일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에 붙은 대자보다. '박근혜 이후 정치시스템을 고민하는 연세학생들' 명의로 붙은 대자보는 "우리는 대통령 한 사람 바꾸려고 촛불을 든 것이 아니었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이 대자보가 붙은 것은 지난 23일에 있었던 '정치개혁' 관련 대선후보 토론회 때문이다. 토론에서 선거제도 개혁 문제는 마지막에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을 이해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헷갈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토론을 본 한 시민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자기들끼리 하는 건지'라고 평했다. 그래서인지 언론 보도들도 이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토론의 광경은 이랬다. 먼저 심상정 후보가 "선거법 개혁에 대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문재인 후보에게 물었고, 문재인 후보는 "2012년에도 그랬고 이번 대선에서도 본인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약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정의당과 민주당이 선거법 개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얘기까지 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재인 후보가 말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2015년 2월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말하는 것이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각 권역 내에서는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고, 각 정당은 자기 정당이 받은 의석 내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인정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100석이 배정된 권역이고, A당이 정당투표에서 20%를 받았다면 A당은 20석을 배정받는 것이다. 그리고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15명이라면, 지역구 당선자부터 먼저 인정하고 모자라는 5석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만약 A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없다면 20석 전체를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맞추되, 지역구 선거도 하는 방식으로 독일과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에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언제까지 선거법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확인했고, 문재인 후보는 여기에 대해 분명한 일정은 밝히지 못하고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온 국회의원 정수 문제였다. 

심상정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과거에 국회의원 정수를 200석으로 줄이겠다고 한 입장에 지금도 변화가 없는지"를 물었고, 안철수 후보는 200석이라고 한 적은 없지만, 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도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한 방법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런 안철수 후보의 답변은, 안철수 후보가 10대 공약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는 상치되는 점이 있었다. 사실 안철수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문재인 후보가 말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큰 차이가 없는 얘기이다. 둘 다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후보명부를 구속형(정당이 제출한 순번대로 하는 것)으로 하느냐 개방형(정당이 제출한 순서가 유권자들의 선호에 의해 변동 가능한 것)으로 하느냐를 두고 잠깐 논쟁을 했지만, 그 부분은 별도로 논할 문제이다. 어쨌든 정당득표율대로 의석비율을 맞추겠다는 것에는 두 후보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바꾸려면,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2:1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그렇게 권고했다. 

2:1의 비율을 맞추려면, 지금 지역구 의석이 253석이니까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이지 않는 이상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그에 따라 국회 전체 의석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점에서 안철수 후보가 국회의석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모순점이 있었다. 

그래서 심상정 후보는 의원정수를 줄이면 안철수 후보가 공약하고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했는데, 여기에 유승민 후보가 끼어들어 자기는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도 20명으로 줄이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토론은 더 진행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다. 참 아쉬운 대목이다. 

우선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입장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대선토론에서 세부적인 쟁점에 대해서까지 토론이 이뤄진 것도 좋다. 심상정 후보의 적극적인 질문이 이런 토론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몇 가지 실망스럽거나 아쉬운 대목이 있다. 우선 국회의원 정수를 놓고 토론한 내용은 실망스러운 것이다. 특히 유승민 후보가 얘기하는 '200명으로 줄이자'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국회를 개혁하는 방법도 아니다. 숫자를 줄이면 오히려 특권은 더 커질 것이다. 그것이 상식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나 조경태 의원 같은 사람이 비례대표 폐지, 의원정수 축소 같은 주장을 했다. 유승민 후보가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남재준, 조경태 급으로 만드는 것이고 '합리적 보수'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권은 없애고 의석은 늘리는 것'이다. 2017년 국회예산이 5744억원에 달하는데, 그 돈으로 300명이 아니라 360명의 국회의원을 쓰는 것이 주권자들에게는 이익이다.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세비, 보좌진 숫자를 줄이고 80억 원이 넘는 특수활동비 예산(영수증도 없이 쓸 수 있는 예산)을 없애면 가능한 일이다. 이런 개혁방안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논의를 하는 것은 '정치불신'에 편승하겠다는 것으로, 대선후보들이 택할 입장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도 선거법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어야 한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이고, 정치개혁에 의지를 가진 후보라면 어떤 일정으로 선거법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도의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3일 있었던 정치개혁에 관한 대선후보 토론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대학가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에 붙은 대자보와 같은 목소리에 대선후보들이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그리고 남은 대선기간 동안에 선거법 개혁에 대해 보다 치열하고 분명한 입장들을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대자보 내용은 이렇다.

"단언컨대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 1인이 좌지우지하는 정치, 관료와 재벌 앞에 무기력한 정치에서 벗어나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바로서야 한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국회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고, 민의를 소극적으로 반영하는 정당은 그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정치가 실현된다."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20444&srscd=0000011591&srs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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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죄" 피켓도 불법? 이런 날이 오고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위헌

선거법 개정해 현수막·피켓 자유 보장해야

강추위가 예보된 가운데 12차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1월 13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제1호 법정에 7명의 피고인이 앉아 있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선고 공판에 출석한 이들 7명 중 5명의 거주지는 경주지원 관할이 아닌 서울과 경기 지역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포함한 7명이 재판을 받는 죄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오후 2시 정각, 법정에 들어온 재판장은 피고인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판결을 선고했다. 2명에게는 벌금 90만원, 나머지 5명에게는 벌금 70만원, 모두 유죄 판결이었다. 

"김석기를 감옥으로" 피켓 들었다고 벌금

이들이 위반했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제90조 제1항, 제93조 제1항이었다. 서울에 사는 이들이 경주까지 내려가 재판을 받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공소장과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이 저지른 '죄'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은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6년 1월 중순과 3월경 다음과 같이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하고, '피켓'을 게시하고, '인쇄물'을 배부했다.

"여섯 명이 죽었다.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를 감옥으로!"

"용산 참사 진압 책임자 김석기는 유족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

"김석기가 갈 곳은 국회가 아니라 감옥이 되어야 합니다. 그의 가슴에 달릴 것은 국회의원 뱃지가 아니라, 죄수의 수번이 되어야 합니다. 용산참사 유가족 일동"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현수막을 설치하고, 피켓을 게시하고, 인쇄물을 배부한 것이 '죄'가 된 이유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누구든지" 현수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누구든지" 인쇄물 등을 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때문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2016년 4월 13일이었으므로 대략 2015년 10월 중순경부터 선거일까지 약 6개월 동안은 정당이나 후보자를 유추하거나, 지지, 추천, 반대하는 현수막, 피켓, 인쇄물을 설치·게시·배부하는 것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꼼짝 없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4.16국민조사위원회,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직무유기와 세월호 특조위의 진상규명 조사 활동 방해로 인해 직권남용했다고 주장하며 특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 유성호

위와 같은 공직선거법 조항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고 비상식적인가 하는 것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명백해진다. 우선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누구든지 정당이나 후보자, 예비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의 현수막, 피켓, 인쇄물 등을 설치·게시·배부하는 것이 "전면 금지"된다. 

물론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과 제93조 제1항에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경우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수막이나 피켓, 인쇄물에 '정당'이나 '후보자', '예비후보자'의 이름이나 사진이 들어가고, 일정한 구호나 문구가 들어가면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전면 금지'나 마찬가지다. 제90조 제1항에서는 아예 이러이러한 경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는 간주 규정까지 두고 있다. 

설치·게시·배부가 금지되는 것도 현수막이나 피켓뿐만이 아니다. 화환 안 돼, 풍선 안 돼, 간판 안 돼, 애드벌룬 안 돼, 선전탑 안 돼, 인형 안 돼, 마스코트 안 돼, 인사장 안 돼, 벽보 안 돼, 사진 안 돼, 문서 안 돼, 도화 안 돼, 녹음·녹화테이프 안 돼 등등, 온갖 것이 금지된다. 

그뿐인가. 설치·게시·배부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누구든지"이다. 이 조항의 무지막지함의 극단을 보여준 사건이 바로 위 경주지원의 유죄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벌금 7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중 한 사람은 용산참사에서 아버지가 희생된 유족이기도 하다.

용산참사 유족들은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오래 전부터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해왔다. 이들 유족들이 '선거일 전 180일 전부터 선거일' 동안은 그동안 해왔던 진상규명 요청, 책임자 처벌 요청을 하지 말고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선거일 전 181일이 되는 날에 현수막, 피켓을 들고 인쇄물을 배부하면 죄가 아니고, 하루 뒤에 그런 행위를 하면 '유죄'란 말인가. 


강일원·김이수·이진성 재판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위헌" 

위와 같은 공직선거법 규정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찬찬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오늘날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성요소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경우에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질서의 유지를 위한 규제는 일반 국민의 선거운동을 포괄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 있다. 

정치적 표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형성된 국민의 의사가 선거를 통해 구현되기 위해서는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선거의 공정성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과 같은 가치이지, 그 자체가 헌법적 목표는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문서에 의한 정치적 표현을 일정한 기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어떤가? 멋지지 않은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선거의 공정성'과의 관계를 명쾌하게 지적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리를 펴고 있는 분은 이번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었던 강일원 재판관과 나머지 두 분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이다. 위 3인의 재판관은 2014년 4월 24일 선고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사건에서 6명의 합헌 의견에 반대하며 위와 같은 법리를 밝혔다.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때론 소수 재판관의 의견이 돋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위 3인의 재판관의 의견이야말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밝히고 있는 빛나는 '반대의견'이라 할 만하다. 


"국정농단 사죄" 피켓, 위법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5월 9일로 확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위 3인의 재판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선 본회의 개최 중인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한다. 위 공직선거법 두 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루 속히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라. 

위 두 조항에 대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개정 의견을 제출한 바 있고, 20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개정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다.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세월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농단 동조 사죄,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든 유권자들을 모두 '죄인'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공직선거법 개정은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가장 먼저 처리되어야 할 안건이다.

광장과 거리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국민주권주의'를 온 몸으로 실천한 1600만 촛불의 '헌법시민'들에게 대통령 선거기간 중 현수막을 게시하고, 피켓을 들며, 자신의 의사를 담은 인쇄물 등을 배부할 자유를 보장하는 것.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회에게 주어진 헌법적 의무이다.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08374&srscd=0000011591&srs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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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뽑는 방식 바꾸자" 대선 후보들의 대답은?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 구체적 실천 방안은 '아직'

대선후보들간에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개헌, 대연정 등이 자주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야당 후보들간에도 이견이 상당히 존재한다.   

그러나 문재인·안희정·이재명·안철수·손학규·심상정이 모두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 의제가 하나 확인됐다. 그것은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전국 124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 문재인·안희정·이재명·안철수·손학규·심상정은 3대 선거법 개혁 과제에 대해 모두 찬성한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 

다만, 공개질의서를 보낸 대선후보들 중,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아직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 

▲ 선거법 개혁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응답결과 ⓒ 하승수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이 선정한 3대 선거법 개혁 과제는 1) 만18세 선거권 연령 및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2) 국회의원 선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3)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들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19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당장 만18세로 낮춰야 한다. 유권자들의 입을 막고 있는 선거법의 독소조항들도 폐지해야 한다. 이것은 당장 3월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는 사안들이다. 

다행히 여러 후보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대선후보들은 3월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권고하는 있는 방안이다. 이미 국회에는 4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박주현(국민의당), 소병훈(더불어민주당), 김상희(더불어민주당), 박주민(더불어민주당)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이다. 

이 법안들의 핵심은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투표방식은 똑같다. 지금처럼 유권자들은 지역구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지면 된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투표가 더 중요하다. 정당투표에서 얻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정당은 자기가 할당받은 의석 내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우선 채우고, 모자라는 부분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의석이 300석이고, A당이 정당득표에서 20%를 얻었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A당에게는 300명×20% 해서 60석이 할당된다. 그리고 A당이 지역구에서 낸 후보들 중에서 40명이 당선되었다면, 그 40명은 우선 국회의원이 되고, 60석에서 40명을 뺀 20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만약 A당이 60석을 할당받았는데 지역구 당선자가 한명도 없다면, 60명 전체를 비례대표로 채운다. 반대로 A당이 60석을 할당받았는데, 지역구에서 60명이 모두 당선되었다면 A당은 비례대표가 없게 된다. 

이처럼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독일,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이미 검증된 제도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므로, 표심이 공정하게 의석으로 반영된다.  그리고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므로, 정책을 중심으로 정당들이 경쟁하는 정치가 실현가능하다.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에 미온적인 정당은 심판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정당의 책임정치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결선투표제에 대해 답변을 한 6명의 후보들이 모두 찬성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결선투표제가 현행 헌법하에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6명의 후보들이 원론적으로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또한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한 것도 의미가 있다. 

6명의 대선후보들이 이렇게 공개질의서에 대해 답변을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유승민 의원, 남경필 도지사도 곧 답변을 보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답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대선후보들은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려면, 좋은 선거제도는 필수품 같은 것이다. 좋은 선거제도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좋은 정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바라는 촛불민심에 화답하는 첫 단추는 선거제도 개혁일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의도 벌여나가기를 기대한다.  

아래 사진은 후보들에게 보낸 질의서다. 

▲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이 보낸 질의서 내용 ⓒ 하승수


원문보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03743&srscd=0000011591&srs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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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

모든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적인 정치시스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 하루 빨리 해산하는 게 목표.


2016년 활동을 갈무리하고, 2017년 비례민주주의의연대의 활동 계획과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현재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을 포함해 관심 있으신 후원회원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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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뭥미 
들어는 봤는데 도무지가 감이 안 잡혀 
좋다고는 하는데 누가 물어보면 나도 설명할 수가 없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비례민주주의연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작은 소책자를 만들었습니다. 30부 이상 배송 신청 가능합니다. 최소한의 제작비(1권당 500원)을 후원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배송비는 별도 입니다. 여러분의 후원과 입소문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알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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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선거법 3대 개혁 방안 

'18세 투표권 및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유권자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 유권자의 선택만큼 정당의 득표율이 연동 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를 보장하는 선거법으로 개혁이 필요한 이 시점. 각계의 연구자, 활동가, 정치가가 모여 한 목소리로 선거법 개정에 대한 고민과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참고 할만한 해외 현황,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치 표현의 자유,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 등 여러가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첨부한 자료집을 참고해주세요.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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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정권교체와 개혁’ 그들에게만 맡길 순 없다


2012년 12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천막들이 들어서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 용산참사 진상규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원전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이 친 천막들이었다. 이 천막들을 친 사람들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밀려나고 쫓겨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천막농성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천막 안에서도 대선에 대한 얘기들이 떠돌아다녔다. 정권교체가 된들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던 문재인 후보가 막판에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박근혜 당선이었다. 정권교체 실패로 인한 후폭풍은 천막들로 밀려 왔다. 천막이 불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결국 천막은 철거되었다. 더 이상 천막을 칠 수 없도록 중구청이 천막 자리에 화단을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복직을 요구하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자의 인수위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려다, 깔개와 비닐마저도 빼앗긴 채 엄동설한을 뜬눈으로 새워야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길도 멀어졌다. 강정 해군기지 공사와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가 강행됐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구속되고 벌금을 맞았다. 경남 밀양에서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던 농민 한 분이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정권교체를 외치던 정치인들은 실패의 헛헛함을 따뜻한 방안에서 달랬을지 모르지만,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맨몸으로 폭력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4년여가 흘렀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것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어 있고, 아마도 한달 후면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다시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이번에도 야당 후보들은 ‘정권교체’를 외친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모르겠다. 그들은 정권교체에 실패한들 ‘더 큰 권력을 누릴 기회’를 잃을 뿐이지만,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희망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풍찬노숙을 해 온 이들의 거친 삶은 기한 없이 연장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정권교체도 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바꿔야 할 것투성이다. 억울함이 흘러넘치고, 불평등과 불공정함, 불합리함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정권은 적폐도 청산해야 하고, 개혁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개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개혁의 골든타임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고 6개월 정도일 것이다. 그 기간 내에 가시적인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지방선거는 1년 남짓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무대가 될 것이고, 그 선거 이후에는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시민들도 막연하나마 이런 걱정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에도 절박하게 매주 촛불을 들고 있다. 이 절박함을 대선후보나 국회의원들이 정말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촛불시민들도 이제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바꿔야 할 목록을 뽑아보면 100개가 아니라 200개는 넘을 것이다. 그 모든 개혁들을 해야 하지만, 개혁은 과제를 나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의 첫 단추는 정치개혁이고, 그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치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혁과제 하나하나가 암초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결국 입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구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로 채워져 있는 국회에서, 재벌개혁, 검찰개혁에 정치생명을 걸고 매달릴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가 통과된 지 2달이 되어 가지만, 개혁입법 하나 통과 못 시키고 있는 국회의 꼴을 보면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바꿔서 정당이 책임 있게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혁에 소극적인 정당은 그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과제들이 국회의 핵심 화두가 될 수 있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선거법을 바꾸면 된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해법이다. 이렇게 해야 정당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게 되고,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요즘 여러 지역에서 토론의 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들 속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들에게 맡겨놔서 될 일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탄핵이 이뤄지고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개혁의 동력은 촛불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촛불의 힘으로 선거제도 개혁부터 시작해서 숱한 개혁과제들을 밀어붙여야 한다. 아마도 대선 후에는 국회를 포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개혁하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알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052045005&code=990100#csidxa63e989696279f2bb6b6d123d631a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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